[논현로] 과세정보 공개, 세법 심사의 첫걸음

입력 2022-12-12 05:00 수정 2022-12-1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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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동 배재대 교수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다음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법정처리기한인 12월 2일을 넘겼다. 예산부수법안을 두고도 여야가 계속 대치 중이다. 지난달 김진표 국회의장은 예산부수법안으로 총 25건을 지정한 바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세입 증감에 영향을 미치는 세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법인세법, 소득세법, 그리고 종합부동산세법이다.

법인세 개정법률안은 최고명목세율을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세표준 3000억 원을 넘는 극히 일부 기업의 법인세를 줄이는 안으로 타당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소득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금융투자소득세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재고 발언 이후 민주당은 증권거래세율 인하와 주식양도세 과세기준 유지 조건으로 정부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원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에 대해서도 입장 차가 명확하다. 주택 수에 따른 차등과세를 가액기준으로 바꾸고 세율 인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종부세 개정안이 부자 감세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극한 대립으로만 지속될 수는 없을 터, 여당과 민주당이 ‘3+3 협의체’ 협상을 통해 세법 개정안에 대한 밀실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마치 그간 쪽지예산 등으로 오랜 비난을 받아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 밑에 편법으로 둔 소(小)소위와 같은 행태다. 법안 거래가 일어나고 속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조세소위의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졸속심사라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조세소위원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문제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최근까지 줄다리기한 까닭에 조세소위가 파행을 거듭했다. 그러다 보니 충분한 법안 검토가 불가능했다.

설사 소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더라도 법안 심사가 내실 있게 진행되었을지는 사실 회의적이다. 짧은 기간에 교섭단체가 극단의 주장으로 일관하다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막바지에 극적 타결이라는 꼴이 나오지 않으리라 보장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을까? 제도개선과 입법능력 제고 등 여러 측면에서 당면과제가 있지만 한 가지만 살펴보기로 하자.

개정안별로 그 당부를 판단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통합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개인이 부담하는 총세액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분석이 그 예다. 이렇게 하면 위 쟁점 법률안 판단에 중요한 여러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재산보유에 세금을 부과하는 이유는 과세 베이스 포착 측면에서 소득세를 보완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유세 하나만을 놓고 따지니 납세자의 유동성, 집값 하락 등 온갖 변수에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이다. 법인세, 주식양도세 역시 마찬가지다.

넓은 시야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히 납세자의 과세정보 획득이 필요하다. 그러나 국세기본법은 납세자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세무공무원의 엄격한 비밀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국정조사 목적으로 요청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나, 임의규정인 데다 제공 범위도 제한적이다. 의정활동에 필요한 경우 과세 통계자료를 받을 수 있지만, 원자료(raw data)가 아닌 분석·가공을 거친 것들이다. 이런 자료로는 세법의 제·개정이 개별 납세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침 이 문제를 고치려는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바람직한 입법 시도다. 과세정보 공개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스웨덴에서는 ‘Taxeringskalendern’이라는 책자를 통해 누구나 다른 납세자들의 소득, 재산 및 내는 세금을 열람할 수 있다. 이웃, 직장 동료의 소득과 세무 자료를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조세정책 수립을 위한 원자료 제공은 필요하다. 다만, 통계자료를 획득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제대로 된 분석과 해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입법부의 세제 부문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대치와 졸속 심사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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