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급사한 빌라왕이 빌라 1000채를 구입한 방법

입력 2022-12-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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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왕’ 김모씨의 죽음으로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보험지급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참고 사진(연합뉴스)
▲‘빌라왕’ 김모씨의 죽음으로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보험지급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참고 사진(연합뉴스)

수도권에 1000여 채가 넘는 빌라를 소유해 일명 ‘빌라왕’으로 불리던 40대 임대업자 김모 씨가 사망해 수많은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제때에 받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의 사망으로 법적 절차가 중단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대위 변제 절차를 밟지 못해 난감해 하고 있다.

보증금 묶인 세입자들 발 동동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0월 김씨가 사망한 뒤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에 대한 대위 변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위 변제는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HUG가 대신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지급한 뒤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집주인인 김씨가 사망한 탓에 다수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없게 됐다. 계약 해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HUG도 대위 변제 절차를 밟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씨 소유 주택 세입자 중 HUG에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대상은 최소 2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위 변제를 위해서는 4촌 이내 친족이 상속을 받아야 하지만, 김씨가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62억 원을 체납하면서 소유 주택이 압류되고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상속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씨의 유일한 혈육인 부모도 상속 의사가 불명확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가 상속하지 않는다면 세입자들은 법원이 상속 재산 관리인을 지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HUG 관계자는 “규정 때문에 대위 변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김 씨 부모가 상속받도록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신축 빌라는 전세 사기의 약점이 노출돼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신축 빌라는 전세 사기의 약점이 노출돼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신축 빌라의 위험한 유혹

자금이 전혀 없는 빌라왕이 1100채가 넘는 주택을 소유할 수 있었던 건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않은 신축 주택의 특징 때문이다.

예컨대 새로 지어진 빌라나 오피스텔의 가격은 파는 사람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신축 주택은 주변 시세를 고려해도 적정 가격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특히 신축 빌라의 전세금이 매매 가격보다 얼마나 저렴한지 구분하기 힘들다.

매매가격이나 그 이상을 전세보증금으로 받는다고 해도 세입자들이 정확히 알 수 없는 셈이다.

빌라왕 김씨가 수많은 주택을 소유하면서도 자금이 필요하지 않았던 건, 전세보증금보다 싸게 또는 같은 가격으로 집을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처음부터 집값보다 비싼 전세보증금을 내고 계약을 맺은 것이다.

수십~수백 채 주택 전세계약을 맺은 집주인이 고의로 파산하거나 부도를 낸 후 잠적하는 건 일반적인 사기 수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경우 보증금을 청구할 대상이 사라지고, 피해 금액 변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세보증금반환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들은 경매 후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거나 경매에 직접 참여해 원치 않는 집을 낙찰받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부터 전세사기를 근절을 위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윤석열 정부는 올해부터 전세사기를 근절을 위해 단속을 벌이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정부, 법률상담 등 피해자 지원

김 씨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을 갭 투자(전세를 낀 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올해 6월 기준 소유 주택이 1139채에 달했다. 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지난 4월 온라인에서 피해자 모임을 만들었고, 현재 피해가 확인된 가입자만 400명이 넘는다.

이들 중 보증보험에 가입한 200여 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는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는 것 말고는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자분들은 상속 절차가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은 현재 사는 곳에서 계속 지낼 수 있고 전세대출금도 전세대출 보증 연장이 가능해 당분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전세피해 지원센터에서 법률상담은 물론 임시거처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내년에는 전세보증금을 더 낮은 이자율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주택도시기금에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서민들이 전세피해로 눈물 흘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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