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노동개혁 막올랐다…주52시간ㆍ호봉제 대폭 손질

입력 2022-12-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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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노동시장硏, 권고문 제시...노동계 반발·여소야대 국면에 험로 예상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연구회)가 12일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담은 권고문을 제시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노동계가 친기업을 위한 저임금ㆍ장시간 노동체계로의 회귀라며 강력 저지를 예고하고 있고,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서 관련 법안 통과도 쉽지 않아 노동개혁 추진에 험로가 예상된다.

올해 7월 발족 후 5개월 간의 논의 끝에 마련된 연구회의 권고문은 근로시간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을 핵심으로 한다. 주 52시간제를 업종, 기업 특성에 맞게 유연화하고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우선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위해 노사 간 합의을 전제로 현행 '주' 단위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연'으로 다양화할 것을 권고했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법정근로 40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으로 이뤄지는데 연장 근로기간을 월 단위 이상으로 해 노사의 근로시간 자율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이럴 경우 1주당 최대 69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해진다. 연구회는 또 근로자가 근로일·출퇴근 시간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 기간을 모든 업종에서 '3개월 이내'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자고 권고했다. 주52시간 준수 예외를 허용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 요건과 사후 변경 절차 보완도 제안했다.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과 연차휴가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도 권고했다.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 확대로 인한 장기근로 우려 해소를 위해서는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부여하는 등 근로자 건강권 보호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연구회는 연공 등을 토대로 정해지는 호봉제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임금체계 자체가 없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위한 공정한 임금체계를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고령 근로자 계속 고용과 청년 근로자 일자리 창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제도도 정비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회는 "우리나라 많은 기업은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주요 임금 결정 방식으로 활용한다"며 "이는 기업의 신규채용 기회를 제약하고, 중·고령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에 부정적이며,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노사가 처한 상황에 맞춰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임금체계가 없는 많은 중소기업을 위해 임금체계 설계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권고문이 제시됨에 따라 정부는 이를 토대로 내년 본격적인 입법 과정에 나서는 등 노동 개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를 통해 "노동시장을 위한 개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며 "권고문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임금과 근로시간 제도는 이른 시일 내 입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법안 추진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노동계가 연구회의 권고문에 강력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권고문은 노동자 선택권을 빙자한 장시간노동체계로의 회귀를 의미하다"며 "대부분 사업장에 노조도 없는 현실에서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절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말뿐인 노동시간 자율선택권 확대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꼬집었다.

호봉제 손질의 임금체계 권고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친(親)기업 행보를 위한 임금삭감안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민주노총도 "올해 6월 고용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방안’과 다르지 않다"며 "임금과 노동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사용자에게 내맡기는 개악 권고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양대노총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 시 손을 맞잡고 총력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국회 통과도 미지수다. 노동시장 개혁 방안 대부분이 법 개정 사항이어서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국회 문턱을 넘기 쉽지 않아서다. 현재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개혁 방향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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