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의 연임 여부, 국민연금에 달렸다

입력 2022-12-1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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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연임 ‘적격’에도 구현모, 복수후보 경쟁 제안
국민연금 지배구조 우려 지적에 의견 반영 정면돌파
내년 3월 주총서 결정적 의결권 행사 영향력 높아
국민연금 후보 가능성도…“일정 아직 결정된 바 없다”

▲구현모 KT 대표. (사진제공=KT)
▲구현모 KT 대표. (사진제공=KT)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로 떠올랐다. 구 대표가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다른 후보와의 경쟁을 제안한 것은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KT 이사회는 “구현모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여 복수 후보에 대한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요 주주는 KT의 지분 10.35%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는 국민연금공단을 의미한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이 소유분산기업에 대해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소유분산기업이란 KT와 같이 지배주주가 없는 기업이나 금융지주 등을 뜻한다.

김 이사장은 최근 “소유분산기업의 합리적 지배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논의가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내부인 차별과 외부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는 게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KT 최대주주이고, 이사장이 구 대표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만큼 내년 3월 진행되는 주총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KT 이사회가 연임 적격 판단을 내렸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주총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민연금은 찬성과 반대를 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의중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구현모 KT 대표. (사진제공=KT)
▲구현모 KT 대표. (사진제공=KT)

앞서 국민연금은 올해 3월 박종욱 전 KT 각자대표의 자진 사퇴 당시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월 국민연금은 KT 주주총회에서 박종욱 각자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의결을 행사한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는 자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구 대표는 황창규 회장 시절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벌금 150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불복해 올해 초 정식 재판을 신청하면서 현재 법원에서 정식 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구현모 대표의 경영계약서에 따르면 임기 중 1심에서 금고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사임을 권고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재판이 진행 중이고, 연임 이후 유죄판결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연임에 부정적인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구현모 대표는 국민연금의 의견을 반영해 경쟁하는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다.

구 대표와 경쟁해야 하는 KT 차기 대표 후보에 국민연금이 추천하는 인물이 나올 가능성도 남아있다. 임기 3개월 전 후보 인선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이달 중 대표 후보를 내세울 수 있다. 이 경우 KT 이사회는 추가 심사를 통해 적격 여부를 판단하고 복수 후보를 추대해 차기 대표를 결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과거 황창규 회장 연임 당시에는 여러 사람을 두고 경쟁하는 형태였던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이 중요한 만큼 경쟁을 통해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로 해석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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