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하락 추세 이어지면 ‘비둘기파적’ 색채 강해질 듯
기대 인플레 통제 위한 ‘매파적’ 발언 우위 지속 전망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한풀 꺾였다. 국내 증권가는 인플레이션 둔화에는 공감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1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7.1%,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치며, 시장예상치(7.3%, 0.3%)를 하회했다. 지난 6월 이후 다섯 달 연속 둔화했으며, 둔화 속도도 가팔라지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6.0%, 0.2%)도 피크 아웃을 재확인했다.
이번 물가가 시장에 긍정적 재료이고,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의 당위성을 강화해주면서 연준 비둘기파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 물가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주거비를 중심으로 서비스 물가 압력이 완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연준의 매파적 행보는 점차 약해질 것이다”라며 “이에 내년 첫 번째 회의부터는 연준이 한 번 더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연준의 비둘기파적 색채가 조금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이진 않을 전망이다”라면서 “어렵게 잡은 인플레 압력이 재차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차단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주 WSJ 보도로 제기됐던 다음 FOMC에서의 50bp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라고 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2개월 연속 예상을 하회하는 CPI 상승률로 내년 2월 FOMC에서 50b 인상보다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우세해졌으며, 최종금리는 5.0%로 하향조정, 2023년 11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반영됐다”라고 분석했다.
반면, 물가 둔화세에도 노동시장 내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하다며 연준의 매파적인 성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현재 70달러 수준의 유가는 중국 리오프닝 기대를 반영하지 않아 유가가 반등하면 인플레이션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블룸버그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컨센서스는 내년 1분기 6%대로 전망되며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준 자체가 높은 만큼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연준의 통화정책을 바라보는 초점은 금리 인상 속도가 아닌 최종금리 수준으로 옮겨간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수준이 높고 낮은 실업률이 이어진다면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은 예상보다 높아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만으로도 증시가 곧이어 반등하는 흐름은 연준으로 하여금 매파적 발언을 이어갈 수밖에 없게 하는 요인이다”라며 “따라서 연준의 피벗(Pivot·정책전환)을 기대하는 시장과는 달리 12월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기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매파적 발언이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품물가는 높은 금리에 따른 수요 둔화, 유가 기저효과 등으로 둔화되겠지만, 서비스 물가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요와 하방 경직성을 반영할 것이기 때문에 헤드라인 CPI 대비 근원 CPI 상승세 둔화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내년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며 “근원 물가 둔화가 더딘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