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행동주의 펀드 입김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되나

입력 2022-12-15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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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 트러스톤 제동에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철회
SK, 라이프자산운용 주주 서한에 2000억 규모 자사주 소각 결정
SM, 얼라인파트너스 비판에 라이크기획과 계약 조기 종료
“주주 행동주의 펀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주체”

행동주의 펀드가 기업에 견제구를 던지자, 우리 기업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모양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전날 공시를 통해 흥국생명의 전환우선주 인수에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론 인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흥국생명이 최근 콜옵션 거부 사태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자, 태광산업이 나서 흥국생명의 환매조건부채권(RP) 상환을 위해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태광산업 지분 5.8%를 가진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입장문을 내고 태광산업을 공개 비판했다.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 소액 주주의 권리를 희생한 결정이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

트러스톤은 입장문을 통해 “흥국생명은 이호진 회장을 비롯한 태광그룹 대주주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1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는 성과는 대주주가 독식하고 위기 상황만 소수 주주와 공유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실제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할 경우 법적 절차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태광산업이 유상증자 참여 결정을 철회하자, 이날 회사의 주가는 2.61% 상승 마감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으로 기업이 기존 관행을 깬 건 태광산업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SK도 라이프자산운용의 공개 주주 서한에 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당시 라이프자산운용은 SK가 투자 성과에 비해 시장에서 저평가 받고 있다며 “SK가 보유한 자사주의 10%인 180만 주(시가 약 4600억 원)를 소각하라”고 밝혔다.

주주 서한 4개월 만에 SK는 신탁계약 방식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내년 3월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각을 결정한 다음 날 SK의 주가는 종가 기준 2.42% 올랐다.

올해 초 SM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으로부터 주주 서한을 받았다. 사실상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SM의 인세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얼라인파트너스에 따르면 SM은 상장 이후 현재까지 라이크기획에 약 1500억 원의 인세를 지급했다. 10월 SM은 올해 말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을 조기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를 밝힌 날 SM의 주가는 종가 기준 9.49%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는 “주주 행동주의 펀드가 유일하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펀드는 전주가 있어야 하는데, 자금을 대는 곳이 영세하다 보니 (현재 주주 행동주의 펀드들이 비교적) 작은 회사에 대해서만 (개선 요구를) 하고 있어 국민연금이 이런 펀드들에 자금을 대는 게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현재 플래시 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은 KT&G를 상대로 한국인삼공사 인적분할을 요구하고 있다. 담배 사업 부문과 인삼 공사를 분리해 인삼의 성장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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