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ELB 폭증에 금감원, 증권사에 지도 공문…“불완전판매 유의”

입력 2022-12-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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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자본조달 수단 ELB, 연초보다 2배 늘어
기초자산 안정성 아닌 발행사 신용 기초 발행돼
금감원, 불완전판매 소지에 증권사 지도 공문

사실상 회사채인 파생결합사채가 무분별하게 발행되자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에 경고하고 나섰다. 수익률은 발행사(증권사)의 신용에 좌우되는데, 복잡한 상품 구조 탓에 기초자산(우량기업의 주가 등)에 수익률이 결정되는 것처럼 투자자들에게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증권사들에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기타파생결합사채(DLB)의 불완전판매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지도 공문을 보냈다. ELB란 주가지수 또는 개별주식의 가격에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수익률을 얻는 사채다. 예를 들어 만기 때 테슬라 1주가 200달러를 넘기면 약속한 이자보다 0.1%포인트(p) 더 준다는 식이다. DLB는 기초자산이 금리, 신용, 원자재, 환율 등이라는 점에서 ELB와 차이가 난다.

상품의 구조 탓에 기초자산의 안정성과 원리금 상환 가능성이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기에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량 기업의 주가는 기초자산일 뿐 파생결합사채의 원리금 상환 여부는 발행사의 지급 여력에 따라 결정된다. 기초자산은 단지 더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에 불과한 것이다.

이 때문에 파생결합사채는 중소형 증권사의 자금 조달 효자로 꼽힌다. 증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어음을 찍으려면 자기자본 4조 원을 넘겨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돼야 한다. 즉 종투사가 아닌 중소형 증권사는 발행어음처럼 규제가 없는 파생결합사채를 이용해 종투사와 유사하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자금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탄을 확보하려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에 최근 두 달 동안 파생결합사채 발행액은 연초보다 2배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생결합사채 발행액은 4조2000억 원이었으나, 10~11월 이 금액은 8조400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증권사에 공문을 보낸 데 이어 15일엔 ‘파생결합사채 투자 시 유의사항 안내’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제시되는 파생결합사채의 판매가 증가하자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소지뿐만 아니라 파생결합사채의 취지와 동떨어진 조건을 제시하는 증권사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메리츠증권은 만기평가일에 삼성전자의 가격이 1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 연 6.901%, 1000만 원 이하일 경우 연 6.9%의 금리를 지급한다는 조건의 ELB 청약을 12일 시작했다. 16일 삼성전자의 종가는 5만9500원이다.

또 자본비율(NCR)만 충족하면 ELB 발행 규모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점,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건지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퇴직연금 ELB 운용 실태를 파악한 결과 대부분의 증권사는 국공채, 은행채, 예금 등의 안전자산에 투자했다. 하지만 명확한 운용 규정이 없는 만큼 증권사들이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거나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손댈 가능성도 열려 있다. 금융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ELB 운용 현황 파악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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