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적폐청산 ‘공수교대’

입력 2022-12-19 06:00 수정 2022-12-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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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적폐청산(積弊淸算)’ 검찰 수사가 너무 오래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1월께 고등검사장을 지낸 전관을 만났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이명박‧박근혜 정권 수사가 길어지고 있음에 우려를 표했다.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한 적폐 수사는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에도 현재 대통령이 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주도 하에 4년째 끝날 줄을 모를 때였다.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여세를 몰아 그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승리하리란 전망이 유력했다. 적폐수사를 지지하는 국민 여론마저 여전히 높았던 터라 다소 의외로 들린다고 반문하자 “새 정부가 들어서면 통상 전 정부의 잘잘못을 따져보는 일은 있어 왔지만, 지금 검찰 수사는 도를 넘었다”고 꼬집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모든 사물이 정도(程度)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2019년 8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이후 △자녀 입시부정 △사모펀드 의혹 △사학재단 비리 등 전방위 검찰 수사를 받았다. 조 전 장관은 임명된 지 35일 만인 10월 14일 사퇴했다. 후임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조국 일가 수사팀 교체에 나서자, 이른바 ‘검란(檢亂)’이 일었다.

전직 고검장은 “인사가 나서 수사팀을 떠나게 됐다면 뒷사람에게 최대한 인수인계를 잘 하면 그만”이라며 “나 아니면 제대로 수사할 검사가 없다는 생각은 오만하고, 집단 발발하는 모양새는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사이 정권은 교체됐다. 한 전관이 걱정한대로 현재 민주당은 적폐청산 부메랑을 맞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3부, 공공수사2부는 물론 성남시장 재직 시절이 얽히면서 수원지검 형사6부‧성남지청 형사3부 또한 투입된 상황이다. 최소 5개 수사부서‧50명 이상 검사들이 이 대표 한 명에 매달려 있다. 조국 사태를 넘어선 화력이다. 한 마디로 사생결단, 끝장을 보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칼끝은 결국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서 ‘천하동인 1호’ 주인이 누군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BBK, 도곡동 땅, 다스 실소유주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닌지 여러 의심이 제기됐지만, 이 전 대통령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하고 지지자들을 향해 외쳤다. 이 대표는 “사탕 하나 받지 않았다”고 일축하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미르‧K 스포츠재단을 설립해 삼성‧롯데 등 재벌 총수들에 거액 출연금을 요구한 사건과 겹친다. 박 전 대통령은 “눈곱만큼 받은 게 없다”고 강변했다.

이 대표의 쌍방울그룹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그룹의 변호사비 대납 구조가 떠오른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문(文) 정권 국가정보원장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검찰에 불려나가거나 구속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특수 활동비 유용 혐의로 잇따라 수감된 이명박근혜 정부 국정원장들을 연상케 된다.

수사에 무슨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닐 텐데, 대입하는 변수만 ‘여‧야 교대’에 따라 달라졌을 뿐 답은 똑같아지리란 느낌이 든다. 이런 식이면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검찰 수사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될 수밖에 없다. ‘중용’,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절실한 시점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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