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IRA’ 될라…EU ‘탄소국경세’ 추진에 미국 등 무역 파트너 거센 반발

입력 2022-12-1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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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국 반발·우려 목소리...IRA 도입한 미국까지 나서
EU “‘탈탄소화’ 앞당길 것”…보호무역주의 비판에 선그어
중국, 가장 타격 받을 것이란 전망 나와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에 EU 국기가 보인다. 브뤼셀/EPA연합뉴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에 EU 국기가 보인다. 브뤼셀/EPA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수입품에 ‘탄소국경세’를 물리는 이른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추진하자 교역국들이 ‘보호무역주의’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EU의 무역 파트너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CBAM이 ‘보호무역주의 끝판왕’이라고 비난받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에브라힘 파텔 남아공 통상산업경쟁부 장관은 FT에 “우리는 탄소국경세와 같은 일방적으로 부과되는 규제 요건을 특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지난주 “이번 EU의 탄소국경세 잠정 합의가 미국과의 무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CBAM은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을 조사한 후 배출량이 EU 기준을 초과하면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한 탄소 가격을 추가로 부과하는 제도다. 사실상 추가 관세를 통해 탄소배출량 감축에 나선 EU 역내 기업이 손해 보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하지만 EU 측은 “CBAM이 교역국들의 제조업 부문 ‘탈(脫) 탄소화’를 앞당기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보호무역주의와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아델파이가 2015~2019년 EU 수출입 지표를 분석한 결과 CBAM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국가로 러시아가 꼽혔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EU 제재로 수출길이 끊기게 되면서 이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로는 중국이 손꼽히게 됐다. 중국은 탄소국경세 대상 품목의 10분의 1을 EU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과 터키, 인도, 그 밖의 개발도상국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텐 아가드 아프리카기후재단 기후외교 선임고문은 “배출가스 측정 시스템이 없는 개도국들이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속 가능한 기후변화 대응에 자금을 투자하지 않는다면, 개도국들은 산업 자체를 잃을 리스크가 커진다”고 밝혔다.

일부 개도국은 이미 EU 측과 탄소국경세에 대한 ‘면책조항(웨이버)’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나아가 브라질은 유럽 대신 남미 등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을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한편, EU 회원국들은 13일 CBAM 도입에 잠정 합의했으며 18일 CBAM의 구체적 시행시기와 탄소국경세의 부과 기준이 될 ‘ETS 확대 개편안’ 등에 합의했다. 합의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2026년부터 CBAM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며 일부 부문은 내년 10월부터 시범 실시가 시작될 예정이다. 최종합의안은 유럽의회와 EU 정상회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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