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고용노동부의 일구이언(一口二言)에 신음하는 중소ㆍ소상공인

입력 2022-1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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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중소중견부장

“31일이면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8시간 연장근로가 일몰된다. 소기업과 소상공인 대부분이 범법자가 되고, 그럼 나는 더 이상 장관이 아니라 범법자들의 두목이 된다.”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 일몰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종사자 30인 미만 사업장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와 관련해 국회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를 초과하는 30인 미만 제조업의 91.0%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활용했다. 특히 75.5%는 제도 일몰 도래 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영세사업장 대다수가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인 이유다.

현재 국회에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앞서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월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2024년까지 2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달 초에는 같은 당 이주환 의원이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2년 연장하면서 그 적용 범위를 30인 미만 기업에서 50인 미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그러나 상임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조차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개정되려면 상임위와 법사위, 본회의 등을 통과해야 한다.

이영 장관뿐 아니라 중소기업·소상공인업계도 정부와 민주당에 추가연장근로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추가연장근로제가 폐지될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소상공인업계는 인력난에 일을 멈출 수도 있다. 또 어렵게 추가 인력을 고용할 경우, 코로나 여파가 끝나자마자 불어닥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수익성 악화로 버티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중소·소상공인들은 제도 존속을 읍소하다시피 요청하고, 심지어 근로자들도 추가 연장근로를 원하고 있다. 급여와 복지혜택이 좋은 민노총이나 한노총 산하 근로자들은 이 제도로 급여에 큰 차이가 없지만, 중소·소상공인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상황에서는 1.5배 많은 수당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 같은 혼란은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와 중기부 간의 엇박자가 실마리를 제공했다. 추가연장근로제 연장을 추진하는 중기부와 달리 고용노동부는 반대해왔다. 지난 10월 28일 고용노동부는 정책브리핑을 통해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기간 연장은 중소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적기에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일시적 민생대책”이라면서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실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내의 두 부처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으니, 민주당이 협조해줄리는 만무하다.

소상공인들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주 52시간제 틀을 유지하면서 실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겠다던 고용노동부가 이제와서는 민주당 탓으로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 회의에서 추가연장근로제 유지에 대해 “야당을 설득해 연내에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통과시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안 되더라도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가연장근로제도 연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던 고용노동부가 대통령 앞에서는 민주당 탓을 하면서 연장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 고용 장관의 일구이언(一口二言)에 소상공인들은 분노의 감정까지 느꼈을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을 설득해 연장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중기부의 노력에 고용노동부는 찬물까지 끼얹고 있다. 당장 닥친 추가연장근로제 연장 법안도 처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내년에 ‘주 최대 69시간 근로 제도’를 추진하는 법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소상공인에 한해 8시간 추가 연장 근로도 더는 연장 안 해 주겠다는 민주당을 설득하는 와중에 아예 전 근로자 69시간 근로제도를 추진하겠다고 하면 민주당의 반발은 안 봐도 뻔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소·소상공인 업체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윤 대통령은 이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않고, 한 정부 내의 엇박자와 법안 통과 전략 부재에 대해 직접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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