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토크] 이민은 인구감소의 대안이 아니다

입력 2022-1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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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영 한국외국어대 경영학부 미래학 겸임교수, 에프엔에스컨설팅 미래전략연구소장

한국 사회는 자학적이고 가학적인 인구 감소로 소멸 중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올해 2분기 0.75로 급락했다. 합계출산율 0.75는 가임기의 여자가 평생 0.75명을 낳는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5160만 인구는 2050년 4740만, 2070년 3740만으로 급감한다. 한국 사회는 소멸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계속 0.75로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비관적 전망은 0.5 이하로 낮아질 것이라고 점치기도 한다. 합계출산율이 통계청의 예측보다 더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0.5 이하로 낮아진다면 3000만 명대의 인구는 2060년대에 올 것이다. 비극이고 재앙이다.

저출산율의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 높은 부동산 가격, 여성의 육아 독박과 만혼 등을 들 수 있다. 청년 확장실업률은 최근 5년간 20%를 넘었다. 일자리가 없는데 이성을 만나서 데이트를 즐기는 것은 사치고,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월급 20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일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 돈으로는 서울 시내 아파트를 평균가격의 절반으로 판다 해도 도움 없이 구매할 수 없다. 절반 가격인 5억 원을 마련하려면, 월급을 모두 저축해도 20년이 넘게 걸린다. 참고로 200만 원의 월급은 최저시급으로 정규직으로 일할 경우의 세전 월급 수준이다.

결혼 자금을 모으다 보면 결혼 나이가 30을 훌쩍 넘는다. 2021년 남성의 경우 초혼 평균 연령은 33세, 여성의 경우 31세였다. 33세와 31세의 나이는 정신적으로야 조혼이겠으나, 육체적으로는 만혼이다. 만혼이다 보니 여성에게 출산은 육체적으로 부담이 된다. 첫 출산이 난산이니, 두 번째 아이를 가질 엄두를 못 낸다.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가지는 것을 늦춘다. 대학원 진학, 승진, 개인의 취미 등 사회적 욕구가 왕성하기 때문이다. 임신과 육아는 여성에게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도록 한다. 여성이 임신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사랑과 용기뿐만 아니라 의무감과 희생정신이 요구된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희생정신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다는 정신적이고 재무적인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아이에게 최소한이라도 사교육을 시켜야 하지 않는가? 아이가 동네 아이에게 입는 옷이나 먹는 것에서 기가 죽지 않게 해야 하지 않는가? 아이를 하나만 낳거나 혹은 아예 가지지 않는 이유다.

한국 사회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자멸적 출산율을 보이는 이유는 부동산 거품, 1등에서 꼴등까지의 줄 세우기, 승자독식과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의 내부 모순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양질의 일자리 부족, 고루한 결혼제도와 여성의 육아 독박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부족한 것도 이유이다. 그 해결이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가능함에도 이를 하지 못하니 자학적이다. 그 희생과 고통을 청년에게 주로 요구하니 가학적이다. 우리 청년이 대한민국으로부터 탈출하려 하더라도 기성세대는 그들을 막을 명분이 없다.

인구 감소는 그 사회의 수요 부족과 생산인구 감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이민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이민은 대안이 아니다.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1년에 수십만 명씩 이민을 허용한다면 2060년대 한국 사회의 4분의 1이 외국이 된다. 급격한 이민은 한국 사회의 공동체성을 깰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가 그렇다. 외환위기 당시의 금모으기 운동 정신은 사라지고, 광장에서부터 동네의 좁은 골목까지 종교 갈등, 문화 갈등, 인종 갈등, 피부색 갈등이 메울 것이다. 한국 사회는 언젠가 다문화 사회로 바뀔 것이다. 문제는 속도다. 단순히 생산인구와 수요 부족을 메꾸기 위해 이민을 고려한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키우는 것이기도 하고, 주권자인 대한민국의 시민을 수단으로 본다는 점에서 그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금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하게 제도를 논의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부동산 가격 합리화, 원격근무 확산, 공교육 정상화, 메리토크라시의 전반적 개혁, 24시간 유치원 바우처 제도, 일자리 나누기, 프랑스식 시민연대계약 도입, 전 청년층 정자와 난자 냉동 보관 등이 그것이다. 이제는 이민이 아니라, 과감하고 획기적인 정책 대안을 논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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