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덜고, 복수 더하고…송혜교·김은숙 작가, ‘더 글로리’로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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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혜교, 김은숙 작가가 복수극 ‘더 글로리’로 6년 만에 재회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엄혜란, 박성훈, 정성일이 참석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태양의 후예’ 이후 6년 만에 성사된 송혜교와 김 작가의 재회로도 화제를 몰았다.

김 작가는 “딸이 있는 만큼 학교폭력은 내게 가까운 소재였다. 다만 나 때문에 불필요한 관심을 받고 다른 오해로 번지진 않을까 고민이었다”며 “그때 딸이 ‘엄마가 언제적 김은숙이냐’고 하는데 충격이었다. 또 다른 충격은 ‘엄마는 내가 죽도록 때리는 것과 죽도록 맞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고통일 것 같냐’는 딸의 질문이었다. 많은 생각이 지나가더라. 곧바로 작업실로 향했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라고 밝혔다.

제목 ‘더 글로리’도 학교폭력 피해자들을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었다. 김 작가는 “작품을 준비하며 피해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현실적인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하더라”며 “세속에 찌든 나로서는 진심 어린 사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었다. 바로 되찾는 거였다. 폭력으로 인간의 존엄성 등을 잃지 않나. 사과받아야만 비로소 원점이고, 또 거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글로리’가 떠올랐다. 피해자들에게 드리는 응원이다. 그분들의 원점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더 글로리’는 김 작가의 첫 장르물이자, 첫 청소년 관람 불가 작품이기도 하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인 김 작가는 “그간 작품을 하며 아주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계속 똑같은 복제를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며 “초고를 보고 감독님이 ‘로코 멜로’냐고 하시더라. 많이 (멜로로) 갔다가 정신 차렸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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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는 고등학교 시절 지독한 학교폭력을 당한 뒤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무릎을 털고 일어나 일생을 걸고 완벽한 복수를 설계한 문동은으로 분한다.

이날 송혜교는 작품을 선택하게 된 첫 번째 이유로 함께한 작가와 감독을 꼽았다. 그는 “대본을 읽었을 때 정말 그동안 너무나 해보고 싶었던 장르고 캐릭터라고 생각했다”며 “항상 이런 역할에 굉장히 배고팠다. 드디어 만났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읽으면서도 마음이 너무 아프고, 한동안 멍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었다. 그것을 너무나 완벽히 표현해주셔서 나만 잘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무래도 기존에는 멜로 드라마를 많이 했어서 ‘더 글로리’ 속 모습이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 너무 어려웠지만 정말 즐겁게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 동은이가 무방비 상태로 아픔을 겪고 상처받았다면, 난 그 후로 오랜 시간 가해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불쌍한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다. 어렸을 때보다 단단해진 모습에 중점을 두고, ‘내가 너희에게 벌을 줄 수 있다’는 설득력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송혜교에 대해 “처음 가편을 받고 소름 끼쳐서 아무것도 못 할 정도였다”며 “송혜교에게서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이런 표정이 있었구나 싶었다. 모든 장면이 문동은이었다. 이 사람과 원한 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다. 요즘엔 전화도 두 번 울리기 전에 받는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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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은 문동은의 조력자이자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성형외과 의사 주여정 역으로 등장한다.

이도현은 “처음 대본을 4부까지 받았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여정이가 어떤 인물일지 궁금증이 많았다. 구체적인 표현이 많지 않다 보니 ‘얘는 뭘까’ 생각했다”며 “그런 여정이의 불분명하지만 확실한 소신이 있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했다. 그만큼 이 친구를 잘 연기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총 16부작인 ‘더 글로리’는 두 파트로 나눠 공개된다. 30일에 파트 1이, 2023년 3월 파트 2가 공개될 예정이다.

김 작가는 “복수극 하면 떠오르는 작품으로 영화 ‘존 윅’과 ‘테이큰’이 있다. 여기에 세 번째는 ‘더 글로리’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