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동에서 백반집 운영하는 70대 사장은 그동안 국내산을 쓰던 김치를 최근 수입산으로 바꿨다. 그는 “국산 김치는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는데, 김칫값이 많이 올랐고 손님도 줄어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 서울 역삼동의 고깃집에서 회식하던 40대 직장인 정 씨(42)는 반찬으로 나온 갓김치가 마음에 들었다. 직원에게 “국산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다가 “수입산”이라는 답변이 돌아와서 내심 놀랬다.
수입 김치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리오프닝에 식당 수요가 늘은 데 다 최근 국산 김치 가격이 치솟으면서다.
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김치 수입은 1억5696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3% 늘며 이 기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0월엔 1702만 달러로 2020년 7월 2268만 달러를 기록한 한 이후 27개월 만에 최고치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0.9% 치솟았다.
관세청 자료 분석 결과 중국산이 99.9%를 차지하는 수입김치는 통상 가정용보다는 식당에서 쓰인다. 따라서 최근 엔데믹에 외출과 외식이 잦아지면서 김치 수입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강타하기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김치 수입은 무려 32.6%나 급등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어난 이유로 최근 국내산 김치 가격 인상을 꼽는다. CJ제일제당은 9월 비비고 김치를 채널별로 평균 11.0%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비비고 포기배추김치(3.3kg)의 마트 가격은 3만800원에서 3만4800원으로 올랐다. 국내 포장 김치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대상은 10월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인상했다.
문제는 이들 김치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3월 가격 인상에 나선 바 있다. 대기업들이 값을 올리면서 주로 식당에 납품되던 중소형 제조사들도 김치 가격을 올렸다.
수입산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 점주들은 국산 김치의 높은 가격에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서초동의 가정식 백반집 주인은 “국내산 김치는 도매상으로부터 10kg에 3만5000원에 받아왔는데, 최근에는 5만 원까지 올라서 부담이 크다”면서 “중국산은 2만 원도 안 한다”고 말했다.
수입산 김치의 맛과 품질이 높아진 이유도 있다. 서울 서초동의 삼겹살집 직원은 “배추 김치는 수입산을 금방 알아채지만, 갓김치나 파김치는 대부분 중국산인지 대부분 모르더라”고 말했다.
실제 한 식자재 도매업체에서는 중국산 배추김치 10kg이 1만1500원에서 2만2000원까지 다양하게 팔고 있다. 갓김치는 10kg에 3만2000~3만3000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국내산 배추김치는 10kg에 3만 원에서 5만 원을 웃도는 제품도 많다. 국내산 갓김치는 2kg에 2만2000~2만5000원으로 10kg으로 환산할 때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수입 김치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확인된다. 수입 김치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나, 중국산 김치로 바꿀 경우 어떤 제품이 좋은 지에 대한 문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중국산 김치와 국내산과 비교했을 때 맛이 괜찮나요?”, “가성비 좋은 수입김치 추천 받아요” 등의 글들이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