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PF 리스크에 건설사 정비사업 ‘꺼리고’ 조합은 신탁 ‘기웃’

입력 2022-12-21 15:20 수정 2022-12-2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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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경색 등 사업 추진 ‘적신호’
“전문성 갖춘 신탁사에 맡기자”
정부 신탁 활성화 방안도 ‘한몫’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로 자금 경색·미분양 등 ‘빨간불’이 켜지면서 건설사들이 선별 수주에 나서고 있다. 때문에 시행자인 조합들은 전문성을 갖춘 신탁사에 맡겨 사업에 속도를 내는 곳이 늘고 있다. 정부 또한 신탁사를 활용한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신탁방식을 적용한 정비사업장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의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두 번의 유찰 끝에 GS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한국자산신탁은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고 이르면 내달 시공자선정총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840가구 규모의 상계주공5단지는 상계택지개발지구 내 16개 단지 중 두 번째로 재건축이 추진되는 곳이다. 2018년 5월 정밀 안전진단을 통과한 지 4년6개월 만에 본격적으로 재건축 절차를 밟게 됐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부동산 신탁사가 조합으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아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신탁사가 사업비를 조달하기 때문에 금융비용 등을 줄여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 신탁사가 정비사업을 직접 시행하는 ‘사업시행자 방식’과 조합업무를 대행하는 ‘사업대행자 방식’으로 등으로 나뉜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장은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안산중앙주공6단지 재건축 조합은 7일 한국토지신탁과 무궁화신탁을 공동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안산중앙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조합창립총회만 6회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설립인가를 득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 4월 정비구역 일몰 위기에 봉착하자 신탁방식 사업 진행을 선택했다.

신탁방식으로 선회하는 주요 이유중 하나는 PF난이 심해지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철저히 선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건설사들은 상반기 공들여오던 사업지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철수' 선언을 하기도 했다.

실제 서울 '강북 노른자위'에 위치해 대형건설사들의 관심이 컸던 신당 8구역 재개발 사업은 레고랜드 사태 전후 업계안팎의 분위기가 급변하며 경쟁 입찰이 무산되기도 했다.

▲전국 주요 정비사업장에 신탁사 선정 바람이 불고 있다. 수도권의 한 공사현장. (이동욱 기자 toto@)
▲전국 주요 정비사업장에 신탁사 선정 바람이 불고 있다. 수도권의 한 공사현장. (이동욱 기자 toto@)

이처럼 부동산 규제와 이해관계가 얽혀 사업이 지연되는 조합들이 신탁사의 문을 두드리면서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수도권에선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재건축, 관악구 신림1구역 재개발, 경기 부천시 한아름아파트 1차 재건축, 군포시 군포1구역 재개발 등이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정비계획과 사업계획을 통합해 사업 기간을 3년 이상 단축할 수 있게 했으며, 표준계약서를 도입해 주민과 신탁사 간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했다.

하지만 신탁방식에 대한 불신도 있다. 사업 전반에 걸쳐 신탁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곳에서는 신탁방식보다 조합 방식이 유리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단점은 아직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신탁사의 신뢰도와 그에 따른 효용성을 확신할 수 없다면 신탁사업 방식 채택을 둘러싼 의견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며 “분양 매출의 2~4%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내년 부동산 분양시장 전망이 어두운 만큼 사업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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