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파업의 성공조건

입력 2022-1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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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배달하시는 분들은 기름을 통으로 사 가셨어요. 기름 떨어지면 장사를 못 한다고요.”

이달 초 화물연대의 파업이 열흘을 넘겼을 즈음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직원이 했던 말이다. 수도권 주유소를 중심으로 휘발유 재고가 동나며 ‘기름대란’ 우려가 한창 커졌을 때다. 기름이 떨어져 일을 못 할까 걱정된 배달원들이 주유소를 찾아 미리 기름을 사 갔다는 얘기였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국민 누군가는 생계에 위협을 느낀 것이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중재안으로 제시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조차 얻어내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파업의 가장 중요한 성공조건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산업계가 입은 피해는 약 4조 원에 이른다. 석유화학업계와 철강업계는 각각 1조 원대의 피해를 봤다. 타이어 업계에서도 일부 기업이 쌓인 재고를 감당 못 해 생산량을 30%까지 줄여야 했다. 한때 재고가 소진된 주유소가 90여 곳에 달하며 시민들도 불편을 겪었다. 16일간의 파업은 대한민국에 복구하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한국 경제는 침체기로 들어섰다. 구성원 모두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은 자신들의 밥그릇만을 챙기려는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조합원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비조합원을 상대로 쇠 구슬을 쏘는 일까지 발생했다. 국민의 안전을 명분으로 삼았던 파업이 끝내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다.

물론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다.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자가 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민의 불편을 전제로 하는 파업이라면 적어도 국민에게 그 정당성을 충분히 설득해야만 했다. 이제는 파업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민생과 경제를 볼모로 삼는 방식이라면 파업은 또다시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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