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도 안 한 약이 약국에 쌓이는 이유

입력 2009-04-1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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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밀어넣기식' 영업 여전...허위매출로 외형부풀리기

최근 제약업계가 ‘정도영업’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주문량 이상의 약을 배송하는 '밀어넣기식’영업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제약회사의 경우 약국에 아예 주문하지도 않은 약을 배송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의 계속되는 약가 인하조치로 인해 제약회사의 매출성장에 제동이 걸리자 일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개인의 영업실적 목표달성 등을 위해 불법적으로 거래가 있지도 않은 약국에 약을 보내고, 거래약국에는 주문도 하지 않은 약을 무더기로 배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서 5년째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이모씨(32)에 따르면 어느날 거래도 없는 제약회사에서 약이 약국으로 배송됐다. 며칠 뒤 해당제약사 영업사원이 실수로 약을 배송했다며 이를 회수해 갔고 이를 이상하게 여겨 문의를 해본 결과 회사측의 실수가 아닌 영업사원이 고의적으로 주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약사는 “우리약국을 비롯해 알고 있는 다른 약국에서 최근 거래도 없는 제약회사에서 약이 배송돼 수취거절을 한 후 사실을 확인해보니 영업사원이 매출달성을 위해 사업자번호를 알아내 무단으로 거래명세표를 끊었다”고 말하고 “해당제약회사에서 거듭사과를 해 일단 넘어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H사 영업사원이 발생하지도 않은 거래장부를 만들어 지역 약사회가 해당제약사에 이를 강하게 제기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다음 일단락되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들이 평소 약국의 거래장과 제약사 거래장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제약사나 도매상과의 거래시 편의제공을 요구하거나 요구받더라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A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인센티브를 못받지만 그보다 회사에 무능력 직원으로 찍혀 낙오되기 쉬워 암암리에 상당수 영업사원들이 이러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말하고 “상장제약회사의 경우 주주들의 반응까지 신경써야 되기 때문에 연말에는 회사차원에서 도매상으로 밀어넣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B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실제 회사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하되 걸리지만 말아라’란 식으로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전문의약품보다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밀어넣기 판매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 영업사원들의 말에 의하면 해당약국에 주문하지도 않은 약을 보내고 약사에게 실수로 주문을 잘못했다고 말을 한 다음 반품을 받아 다시 도매상이나 다른 약국에 할인해 판매한다. 또 할인으로 인한 차액은 영업사원 본인이 고스란히 지게 되며 실제 이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일부회사의 경우 입사시 각서 등을 통해 반품책임을 영업사원에게 반강제적으로 떠넘기는 일도 있으며 심지어 배송중에 배송업체 직원과 만나 약국 모르게 중간에 약을 받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밀어넣기’식 영업은 약국과의 직접거래를 없애고 도매상을 통해 간접판매를 하는 ‘유통일원화’를 하는 회사들에선 점차 사라지는 추세지만 직거래를 하는 제약회사에서는 가능할 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다한 ‘밀어넣기’식 영업으로 제약회사가 반품을 거절한다면 불공정행위의 유형에는 해당되지만 단순히 ‘밀어넣기’식 영업만으로 불공정행위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일부 제약회사들의 ‘뻥튀기 매출’로 인해 이를 근거로 해당회사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90년대에 오버푸시(밀어넣기)전략으로 인한 제약회사별 부실재고부분이 지금은 많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국내 상위사들 중심으로 제너릭영업강화에 나서고 있는 등 직거래가 다시 강화되고 있다”면서 “과다 매출채권에 의한 재고부분 몇년치가 한꺼번에 반품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투자자들에게도 상당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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