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던 원전의 부활, 프랑스에서 교훈 찾아야

입력 2022-1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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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고 비싼’ 원자력, 우크라이나 전쟁 후 재평가
과거 유럽 원전 이끌던 프랑스, 지속투자 포기해 어려움
여론 외면한 채 소수 엘리트로 이끌어 의회 지원도 못 받아
원전 부활해도 재생에너지 개발 병행해야

▲프랑스 디에프 인근에서 9일 펜리 원전이 보인다. 디에프(프랑스)/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디에프 인근에서 9일 펜리 원전이 보인다. 디에프(프랑스)/로이터연합뉴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전 세계는 원자력에 대한 평가를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로 일축했다. 원자력은 물을 끓이는 가장 비싼 방법으로 일컬어지며 무시됐다.

그랬던 원자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발 에너지 공급 문제를 떠안게 된 유럽과 서방은 당장 올겨울을 지내기 위한 에너지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석탄 사용을 줄이기 위한 탈 탄소 정책 일부로 주목받기 시작했던 원자력은 이제 실질적인 에너지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전 세계가 원전 회귀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서방의 원전 리더였던 프랑스를 교훈 삼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프랑스는 1973년 1차 오일 파동 이후 국가 전력의 약 70%를 공급할 수 있는 원전을 건설했다. 하지만 유지보수 비용 부담이 늘 문제였다. 올해 들어선 원전 가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유럽 전역의 전기료 급등을 초래했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부채는 3500억 달러(약 451조 원)에 달하고 올해 세전 손실은 190억 달러로 추산된다.

1999년 이후 프랑스가 나라 안팎에서 건설한 6개의 원전 중 현재 가동 중인 곳은 중국에 세운 2곳에 불과하다.

이는 원전 건설을 계획하는 전 세계에 교훈을 준다. 첫째로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애초 프랑스는 너무 많은 원전을 급하게 건설했다가 손해를 봤다. 그러자 원자력 생산을 줄였고 직원들은 원전을 떠났다. 당연히 기술 전문성도 퇴행했다. 하지만 투자를 멈추자 현재는 부족한 원전에 시름 하고 있다. EDF는 원전 수리에 미국이나 캐나다 용접공을 활용하고 있고 당국은 뒤늦게 원자로 3곳을 4년 이내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꺼냈다.

▲프랑스 생폴트루아샤토에서 지난달 21일 프랑스전력공사(EDF) 로고가 보인다. 생폴트루아샤토(프랑스)/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생폴트루아샤토에서 지난달 21일 프랑스전력공사(EDF) 로고가 보인다. 생폴트루아샤토(프랑스)/로이터연합뉴스
또 다른 교훈은 원전 건설엔 대중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프랑스 원자력 산업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엘리트 기술자들이 이끄는 일종의 국가 안의 국가였다. 이는 의회 불신으로 이어졌고 지원은 모자랐다. 결국 녹색당의 압박 속에 사회주의자들이 원전 확대를 저지하면서 정책 일관성도 사라지게 됐다. 최소 50년 이상 지속하는 거대한 자산을 창출하는 산업의 경우 이러한 변동성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한다.

마지막 교훈은 에너지 다양성에 관한 것이다. 프랑스는 원전에 집착한 나머지 재생에너지를 경시했고, 그 결과 현재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그친다. 이는 영국의 25%와 대조되는 수치다. 원전으로 회귀하더라도 현재 탈 탄소 정책으로 진행 중인 재생에너지 발전을 함께해야 전력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늘날 원자력은 유럽연합(EU) 전력의 25%, 전 세계 전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건설된 원전 31개 중 27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설계한 것이다. 프랑스와 유럽이 산업의 중심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겨울철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유럽의 능력은 프랑스의 노후화된 원전이 더 많이 가동될 수 있는지에 달렸다”며 “장기적으로 원전에 대한 투자와 혁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에너지 전쟁과 기후변화 모두에 대한 해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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