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인물] 양경숙 의원 “노조 존립 불가능한 수준의 손배 청구 안돼”

입력 2022-12-23 05:00 수정 2022-12-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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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대표발의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개인에 과도한 손배소 노동자 단결권 해쳐
환노위 못 오르는 법안 국회 밖 농성 가슴 아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22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414호에서 만난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엄동설한에 국회 밖에서 농성을 벌이는 분들을 보면 의원들 간에 ‘(노란봉투법) 법안 처리를 빨리해드리자’고 하지만 또 그게 쉽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대표발의한 양 의원은 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노란봉투법이란 파업을 벌인 노동자가 손해배상액에 대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사용자 측의 과도한 손배소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19대, 20대를 거쳐 21대에서도 고민정, 양경숙, 노웅래, 강민정, 이수진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발의했다.

양 의원은 “(이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올라가지 못해 매일 분노가 치밀어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원내부대표이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상임운영위원인 양 의원은 “사측이 과도한 손배소를 통해 헌법상 권리인 노동 3권을 흔들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사용자·쟁의행위 범위 폭넓게 정의

양 의원이 발의한 노란봉투법은 다른 법안보다 ‘사용자’, ‘쟁의행위’ 범위를 폭넓게 정의했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숨겨진 독소조항이라고도 표현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범위를 두고 구체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은 당사자’를 넘어 ‘사실상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양 의원은 “2014년 케이블업체 씨앤앰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옆 전광판 위에 올라가 목숨을 걸고 고공농성을 벌였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도 원청의 협상 거부로 점거 농성을 하게 됐다”고 사례를 들었다. 이어 “노조법이 고용관계와 사용관계가 분리되는 도급과 같은 간접고용이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계약 당사자들만 규율하는 것으로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노동조건에 관해 실질적 권한을 갖는 자를 사용자의 범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양 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훨씬 더 산업 현장의 갈등이 커질 것”이라며 “노란봉투법을 통해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을 만나는 것이 당연한 권리가 돼 원청과 하청 노동자들이 만나서 대화하게 되면 해결책이 나오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쟁의행위’의 범위에 대해선 ‘정치파업’, ‘동정파업’(연대파업)까지도 합법의 영역에 포함시켰다. 이에 여권에서는 ‘직접 고용관계가 없는 대기업을 상대로 무제한의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한다’, ‘계약관계가 없는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행위를 가능케 한다’는 등의 지적이 있다.

양 의원은 “노동권 쟁의 행위가 됐든 연대투쟁이 됐든 기본권의 일환이다. 처벌하고 제재를 가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통해 사실상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6%밖에 안 되고 경제가 좋지 않아 근로자들이 살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를 억압하고 옥죄는 건 더욱 폭발적으로 분출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양 의원의 법안은 ‘손배액 상한 제한’을 둔다는 점에서 이수진 의원안과도 다르다.

양 의원은 “개정안에서 노동조합 존립과 자주적인 활동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로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뒀다”며 “손해배상액이 사업장별 조합원 수, 조합비, 그밖에 노조의 재정규모 등을 고려해 상한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 사용자가 하청근로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하청사업장의 규모 등을 함께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도록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與는 “민법의 책임 원칙 정면 부정”

기본적으로 양 의원의 법안에는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한 수준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집단적 행위로 인한 손해를 개인에게 배상청구 금지하는 내용이 있다. 특히, 손해배상 청구 및 압류 가압류 등 신청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될 때에는 손해배상 청구나 압류 등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또,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동반해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되더라도, 그 행위가 노동조합의 결의에 따를 경우 노동조합의 임원 및 조합원 이 밖의 근로자에 대하여 손해배상 청구 및 압류, 가압류 신청을 제한한다는 법안 내용이다.

현재 여권이 강한 반대로 내세우는 주장은 ‘사측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그리고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사용자의 재산권이 침해되면 사용자의 투자가 침체되면서 고용이 제대로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노동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다. 또,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민법의 책임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한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양 의원은 “사측이 노동자 개인에게 평생, 대대손손 갚아도 갚지 못할 천문학적 금액의 손배소를 제기하는 목적은 손해를 보전하는 데 있지 않다”며 “노동자의 생계와 가정 파괴를 위협하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 5명에 대해서 청구한 금액은 470억 원으로 노동자 1인당 94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액수라고 밝혔다. 이에 노조의 존립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손해배상 청구는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노동조합의 결의에 따른 경우 노동조합의 임원, 일반 노동자 등은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형성된 단체의사에 따른 것인데,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세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우리 사회 ‘을’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상임운영위원인 양 의원은 15일 을지로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국회 정문 앞 노란봉투법 개정 촉구 단식 농성장을 방문했다.

이날 유최안 부지회장을 포함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은 ‘사람의 힘을 모아낼 다른 방법이 없다’며 16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양 의원은 “그분들이 ‘정치가 나서달라’며 요청하는 모습을 보며 노동자들을 옥죄는 손배소 악순환을 이번에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법인세법 개정안도 준비 중

이외에도 국회 기재위 소속인 양 의원은 과세표준 3000억 원을 넘어선 기업에 대해선 해당 사업연도의 총 소득금액이 직전 3개 사업연도의 평균소득금액 20% 이상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 20% 법인세를 부과해 추가적으로 과세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인세법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과세표준 3000억 원 초과 법인 수는 103개로, 개정안 통과 시 적용되는 법인 수는 2021년 기준 63개라고 설명한다.

또, 사회적 경제 기본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빈부격차, 고용불안 등 경제구조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살리면서도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양 의원은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취약한 계층에겐 더욱 가혹하다. 정치가 이를 돌보고 지원해야 할 텐데 그게 잘 안돼서 한숨이 나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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