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경제위기에 대응한 중소기업의 회생지원, 제3자 구조조정 제도 도입 필요

입력 2022-12-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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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내년도 경기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하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4.25~4.5%로 올랐고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 예견할 수 없다.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망치가 계속 하락하여 1.6%까지 낮아졌다.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2% 미만의 성장률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며,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전망치에 속한다.

올해 3분기 대기업의 평균 가동률 78.4%는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 3분기(79.4%)보다도 1%포인트 낮은 수치다. 대기업조차 고전하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더할 나위 없이 어렵기만 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하여 체질이 허약해진 중소기업 상당수가 내년도 경제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하고 극심한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 감염병 사태가 발발한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정책자금 대출 및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로 연명해온 중소기업들이 활로를 찾으려면 채무조정과 더불어 회생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경제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중소기업의 회생지원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현행 구조조정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기업 구조조정제도에는 크게 ‘사적 구조조정제도’(워크아웃)와 ‘공적 구조조정제도’(회생절차) 두 가지가 있다. 그런데 이 두 제도의 장단점이 뚜렷이 나뉜다. 더 큰 문제는 둘 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기업회생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사적 구조조정제도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채권은행협의회 운영협약 등을 근거로 하며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주도한다. 이해당사자인 금융기관이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협의를 주도하기 때문에 공정성이나 중립성이 훼손되기 쉽다. 더욱이 금융기관은 기업회생을 위한 전문성과 역량이 결여되고 채권회수에만 관심 있다.

공적 구조조정제도는 채무자회생법을 근거로 진행되는 ‘법정관리’에 의한 회생절차다. 법원이 주도하는 회생절차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보장된다. 하지만, 절차 진행의 공개성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어 채권단이나 거래처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또한, 장기간 소요되는 채권신고와 이의채권의 조사확정절차로 채무조정이 신속하고 유연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노출한다.

이 두 가지 제도는 채권회수나 채무조정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위기 중소기업의 회생은 순위에서 밀린다. 일시적 경영위기에 봉착한 중소기업이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협상력이 약화하여 자산매각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생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자산매각이나 M&A는 선제적으로 조치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현행 구조조정제도는 채권의 확정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와 같이 법원, 채권자, 채무자 등 이해관계 당사자를 제외한 제3자(법률에 근거한 위원회 또는 협회)가 관여하는 중소기업 맞춤형 정리절차의 도입이 필요하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해관계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한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통해 위기 중소기업에 대한 진단을 시행하고 재생 가능성을 판단하여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산업경쟁력강화법’에 근거하여 중소기업에 특화한 공적 기관인 ‘중소기업재생협의회’가 설치되어 중립적 입장에서 중소기업의 채무조정 및 재생계획의 수립과 실행을 지원한다. 전문가가 상담을 통해 경영·재무 상태를 진단하고 재생이 가능한 경우 재생계획을 수립하여 사업개선 및 채무조정을 지원하며, 재생이 불가능한 경우 조기청산 등 폐업을 지원한다. 일본은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중소기업재생협의회’가 코로나 바이러스 특례 채무조정프로그램을 이행하여 중소기업의 도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였다.

미국은 비영리 민간기구인 ‘기업회생협회(TMA: Turnaround Management Association)’가 기업회생 컨설턴트, 변호사, 파산관재인 등 구조조정 전문가를 회원으로 두고 위기 기업에 대한 기업회생과 재생을 지원한다. 제3자인 전문가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위기 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재생이 가능하면 재생전략, 재생이 불가능하면 기업매각 등 출구전략을 수립하여 구조조정을 이행한다. 미국은 도산법상 채권자와 같은 이해관계자가 구조조정을 담당할 수 없어 비이해관계인인 민간기구 전문가를 통해 기업회생을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회생을 활성화하려면 일본이나 미국과 같이 제3자 기관에 의한 중소기업 맞춤형 채무조정 및 회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중소기업 사업전환 촉진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가칭 ‘중소기업 재기회생위원회’를 설치해 채무조정과 회생지원을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제3자가 주도하는 새로운 회생제도가 도입된다면 여러 가지 개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중소기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채무조정과 회생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간소한 절차, 저렴한 비용, 신속성, 유연성, 비공개성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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