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구인난 해소, 외국인력 활용만큼 중요한 건…

입력 2022-12-2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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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22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진행된 '고용허가제 주한 송출국 대사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22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진행된 '고용허가제 주한 송출국 대사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이 내게 외국인력 운용의 어려움을 호소했던 일이 있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100명이 필요하다. 개별 채용공고와 인력시장을 통해 내국인 70명을 모았다. 부족한 30명을 외국인으로 충당하려 하는데, 외국인 근로자(주로 중국인 또는 한국계 중국인)를 관리하는 인력 도급업자가 ‘우리는 50명을 데리고 있다. 50명을 다 데려가야만 인력을 대주겠다’고 한다.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도급업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내국인 20명이 외국인에 밀려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내국인 일자리가 외국인으로 대체되는 단적인 사례다. 내국인 일자리 보호 수단으로 법률상 내·외국인 간 임금차별이 금지돼 있다.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하는 걸 방지하려는 취지다. 현실에선 고용허가제를 통한 체류·취업자에게만 해당한다. 물량팀 단위로 움직이는 외국인들은 몸값이 낮지 않음에도 ‘힘으로’ 내국인 취업자들을 밀어낸다. 불법 체류·취업자들은 신분상 약점이 몸값을 낮춘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아도 그들이 본국에서 버는 돈보단 많아서다. 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어지간해선 신고도 하지 않는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구인난 해소책 중 하나로 외국인력 확대를 추진 중이다.

올해는 21일 입국 인원이 목표치인 8만4000명을 돌파했다. 내년에는 비전문취업(E-9) 도입규모가 역대 최다치인 11만 명으로 늘어난다.

부작용에 대한 대비는 없다. 외국인력이 늘면 사업장을 이탈하거나, 체류·취업기간 만료 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 불법 체류·취업자도 늘어날 우려가 크다. 시간이 흐르면 불법 체류·취업자들이 외국인 물량팀에 합류하거나 스스로 몸값을 낮춰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게 된다.

외국인력 확대의 부작용은 노동시장에 한정되지 않는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금을 대부분 본국에 보낸다. 지역상권에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외국인을 고용한 기업들만 돈을 벌 뿐이다.

특히 인구가 적은 소도시라면 기업들의 외국인 고용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외국인 근로자가 지역사회의 주류라면, 그들은 한국 또는 지역사회에 섞이지 않고 독자적인 문화권을 형성한다. 일종의 문화 섬이다. 그들의 문화가 한국 사회에선 일탈이 되기도, 범죄가 되기도 한다. 지방 소도시들을 돌아보면 내국인이 외국인의 눈치를 본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장기적으론 외국인력 확대가 지역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국내에는 수많은 밀집지역이 형성됐고, 이들 지역에선 내국인들이 이탈하고 있다. 외국인 밀집지역은 혐오지역으로 인식돼 집값도 떨어진다.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와 상업시설도 줄어든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 내국인들은 외국인이 적은 서울 등 대도시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는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이다. 각 지역은 문화 섬이 돼 사회적 갈등도 더 심해질 것이다.

기업들이 겪는 당장의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력 확대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 다만, 그게 전부가 돼선 안 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법 체류·취업을 방지하고, 한국 사회 적응을 돕는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궁극적으론 기업들의 외국인력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돼 일자리의 질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내국인 취업도 늘어날 것이다. 필요하다면 외국인력을 활용해야겠지만, 그게 ‘당연한 것’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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