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동의의결, 디지털 대전환 시대 대안으로 주목

입력 2022-12-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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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제공=공정거래위원회)

세계 경제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기술의 눈부신 발전, 이에 따른 시장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인해 새로운 경쟁의 양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은 급속한 시장환경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시정조치만으로는 공정한 시장 질서 조성에 한계가 있고, 동의의결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적기에 시장 여건에 대응할 수 있다.

공정위는 2009년 퀄컴의 2·3G 칩에 대한 충성리베이트 제공을 통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사안에서 2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시정조치도 취했다. 이후 이 사안에 대한 최종 판단은 공정위 처분으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19년 2월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 됐다. 그러나 칩 시장은 이미 4G를 거쳐 5G로 넘어가는 단계였다. 결국 공정위가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조치를 취했어도, 디지털 시대에 시장환경은 이미 급변해 있었고 결과적으로 공정위 시정조치의 실익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반면, 작년 3월 애플이 이동통신사 등에 대해 거래상지위를 남용한 행위를 동의의결로 처리했는데, 동의의결 시정방안에는 이동통신사 부담분을 정하는 합리적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과 미집행 광고기금을 환불하고, 보증수리 촉진 비용을 이동통신사들이 부담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반영한 이동통신사와의 변경계약을 포함했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신속하게 해결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상 수리 비용을 할인하고, 애플케어 서비스를 할인해 주는 방안도 포함했다. 또한, 중소 개발사업자를 위한 상생지원방안도 포함해 영세한 중소 개발사업자들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애플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결국 애플 동의의결을 통해 사업자의 자발적인 시정을 적기에 이끌어냄으로써 양 당사자 간 거래관계를 보다 신속하고 공정하게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중소기업, 소비자 등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혜택이 돌아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처럼 디지털 경제로의 급속한 대전환 속에서 동의의결제도는 보다 신속하게 시장 상황에 따른 맞춤형 조치를 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시정조치로는 불가능한 다양한 내용의 시정방안을 채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거래 질서를 보다 신축적으로 개선할 수 있고 소비자 등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구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동의의결제도는 2011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처음 도입됐다. 특히 올해에는 기존의 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법에 이어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 가맹사업법, 하도급법, 방문판매법에도 동의의결제도가 도입돼 중소 납품업체, 가맹점주, 수급사업자들이 보다 신속하고 적정한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다만, 동의의결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기업면죄부 혹은 기업봐주기가 아니냐 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동의의결제도는 동의의결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로 하여금 법 위반 시 예상되는 시정조치 수준에 상응하는 시정방안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고, 이에 대해 신고인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해 적정한 시정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동의의결을 신청한 사업자에 유리한 제도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사건이나 법위반이 중대·명백해 거래질서를 현저히 저해하는 행위는 동의의결 적용 대상이 아니다.

동의의결제도는 급변하는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제도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맞게 적기의 조치를 취해 시장경쟁 질서를 보다 효과적으로 회복하고 소비자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하도록 동의의결제도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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