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法] "잡스가 와도 스톡옵션 못 받아"…정부·국회 벤처법 손 본다

입력 2022-12-26 16:31 수정 2022-12-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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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스톡옵션 부여 대상 자율로 바뀔 듯
벤처기업계 "경험 풍부한 외부 자문역, 영입하기 힘들어"
박범계 의원, 15개 직종 한정한 시행령 조건 제외해 개정안 발의
중소벤처기업부도 내년 3~4월 입법예고 목표로 개정 돌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에 한정됐던 벤처기업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대상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기업 자율로 바뀔 전망이다.

전문직종 조건을 삭제하는 의원 법안이 발의된데 이어 정부도 내년 3~4월 입법 예고를 목표로 시행령 개정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경험이 풍부한 외부 자문역에도 스톡옵션을 부여해 기업 역동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스톡옵션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제한 조건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법사위 소속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벤처기업의 스톡옵션 부여 직종 조건을 삭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벤처기업법)’을 지난 23일 대표 발의했다. 변호사·회계사·변리사·의사 등 15개 전문 직종으로 한정했던 시행령 문구를 삭제하고 ‘기술이나 경영능력을 갖춘 자’로 부여 대상을 대폭 넓혔다. 법이 통과되면 전문 자격증이 없는 외부 자문역이라도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다.

일반 기업과 벤처기업은 스톡옵션을 운영하는 방식이 다르다. 상법을 따르는 일반 기업은 임직원만 스톡옵션 부여 대상이 된다. 이와 달리 벤처기업법을 적용받는 벤처기업은 임직원 외 15개 직종에 종사한 제3자에게도 스톡옵션을 줄 수 있다. 벤처기업 특성상 기업 설립 초기 현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환경을 고려해 부여 대상을 넓혀준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에선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더라도 15개 직종에 속하지 않으면 스톡옵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에 해당 법은 외부 전문가들이 벤처기업계로 활발하게 유입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업계 요구를 적극 반영했다. 박범계 의원은 “현행법에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자문역으로 와도 스톡옵션을 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라며 “스톡옵션 부여대상은 특정직군에 상관없이 벤처기업의 기술과 경영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로 확대해야 한다”고 개정을 촉구했다. 스톡옵션 부여 대상을 제한하는 것은 기업의 자율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시행령 개정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번 떠오르는 전문 직종을 추가하면서 시행령을 개정해왔던 방식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3~4월 입법 예고를 목표로 벤처기업계와 외부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방침이다. 해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15개에 포함되지 않은 전문직에서도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시행령으로 (직군을) 나열하기보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부여할 수 있도록 의견을 청취하고 개정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 개정으로 창업자가 임의로 스톡옵션을 남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와 정부는 ‘특정 조건의 사람을 제외한 제3자에게 부여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현행 상법을 참고해 대주주나 이사·집행임원·감사 등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이 제외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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