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비보다 더 비싸다”...전기료 폭등에 전기차 유럽서 애물단지 되나

입력 2022-12-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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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3, 동급 혼다 ‘시빅’ 주유비보다 충전요금 비싸
동일 브랜드서도 휘발유 차량 주유비가 더 저렴
우크라 전쟁 영향에 전기료 인상한 영향

▲독일 알텐부르크의 한 전기차 충전소에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알텐부르크(독일)/AP뉴시스
▲독일 알텐부르크의 한 전기차 충전소에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알텐부르크(독일)/AP뉴시스
유럽에서 전기요금이 폭등하면서 전기자동차 운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부 차종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 주유비보다 충전비용이 더 비싸졌다. 늘어난 충전비 부담으로 유럽에서 탈(脫)탄소 정책의 중심축인 전기차 보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테슬라 전기차 ‘모델3’는 100마일(약 160km) 주행 시 독일 내 테슬라 슈퍼차저(급속충전소) 충전 요금이 가장 최신 집계인 9월에 18.46유로(약 2만5100원)로 나타났다. 반면 연비 가이드를 제공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모델3와 동급의 내연기관차 혼다 시빅은 같은 주행거리에 드는 휘발윳값이 18.31유로 수준으로 모델3보다 소폭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자동차 브랜드의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버전도 상황은 똑같았다. 미니 쿠퍼 전기차의 경우 또 다른 고속 충전소 알레고(Allego)에서 100마일 주행 시 충전요금이 26.35유로인 반면, 같은 미니 쿠퍼 내연기관차 버전 주유비는 20.35유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비롯해 알레고와 아이오니티(Ionity) 등 고속충전소가 주요 도로 곳곳에 설치돼 15분 만에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이제까지 이러한 고속 충전요금이 주유비보다 저렴해 정부 지원금, 저렴한 유지보수 비용 등과 함께 전기차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전기요금이 계속해서 올라 운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전기차 충전요금과 내연기관차의 주유비 역전 현상은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테슬라가 올해 독일에서 슈퍼차저 충전비용을 여러 차례 인상한 데다가 독일 정부의 일반 전기요금 인상이 겹친 영향이다.

독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1킬로와트시(kWh)당 평균 0.33유로였던 가정용 전기료는 이달 0.43유로로 30% 넘게 치솟았다. 문제는 전기요금이 앞으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이 중장기적으로 소폭 하락할 수 있으나 에너지 위기 이전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독일 전력회사는 당장 내달 1kWh당 0.50유로 이상으로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일부 유럽 국가가 보조금을 줄이고 있어 전기차 보급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의 영국 전기차 담당 파트너인 마리아 벵손은 “에너지 위기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로의 전환점이 2023~2024년에 올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금은 관세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 2026년으로 밀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되면 그보다 더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은 전기료 상승으로 인한 충전요금 부담이 유럽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는 징후는 없다. 유럽자동차제조업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순수전기차(배터리 전기차·BEV) 판매량은 총 25만9559대로 전분기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22% 각각 증가했다. 이 기간 전기차는 EU 전체 신차 판매에서 11.9% 비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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