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우화를 처음 접했던 때가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던 것 같다. 그때, 어린이의 눈에도 ‘참 뻔한 내용이네’라고 생각했던 가뭇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는 점점 인간의 인식에 대한 탁월한 통찰을 보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18세기 말, 칸트가 인간의 이성이 타고난 구조적인 인식 구조의 한계를 갖고 있고, 철학의 역할은 그 인식 구조의 성질과 한계를 밝히는 것이라고 천명하였다. 그리고, 21세기에 이르러서 그의 주장이 뇌과학적으로 밝혀지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뇌과학의 성과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인간의 사고는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듯이 보이지만, 감정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맹목적인 믿음으로까지 발전하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런 기능으로 인해 인간이 문명을 이루는 기틀이 되기도 한다. 종교, 민족의 신화, 화폐, 제도 등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이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종교와 사상 등의 심한 갈등을 일으키게 하기도 한다. 특히 21세기 들어 발전한 정보 혁명이 오히려 이러한 대립을 심화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지고 왔다.
처음 인터넷, 스마트폰, SNS로 이어진 정보의 민주화, 대중화가 권위주의 정권의 붕괴와 민주화를 가지고 올 것으로 학자들은 예상하였다. 그런데, 현재까지 나타난 두드러진 현상은 자신과 같은 가치관을 가진 집단과의 소통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즉, 집단 내의 결속과 공감은 더욱 깊어지고, 타 집단에 대한 배척과 혐오, 몰이해가 더 심화되는 경향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이 옆으로 걸으면서 옳게 걷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면서.
이는 우리 뇌의 타고난 기질적 특성이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옆으로 걷는 것은 막을 수 없으나, 옆으로 걷는다는 것을 인지하는 훈련을 한다면, 갈등 해결이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 본다.
최영훈 닥터최의연세마음상담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