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증시 결산]③‘얼어붙은 자금시장’, 우량채 ‘전량 미매각’ 더 많아

입력 2022-12-27 10:36 수정 2022-12-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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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LG유플러스는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체면을 구겼다.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탄탄한 신용도를 갖춘 LG유플러스가 모집 물량을 채우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한국가스공사(AAA급)는 지난 10월 24일 목표 물량을 전부 소화하지 못한 채 2년 만기 회사채가 유찰됐다. 인천도시공사(AA+급)는 같은 날 2년 만기 300억 원과 3년 만기 500억 원을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3년 만기 발행을 포기했다.

올해 기업 자금조달 시장은 레고랜드 채권 부도 사태가 몰고 온 후폭풍에 휘청였다.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는 등 기업 부도설이 불거지자 정부는 긴급히 ‘50조 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대책 등 시장 안정책을 내놨다. 회사채 투자 심리는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지만, 시장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단기 금융시스템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올해 10월 이후 ‘위기’ 단계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에 흥국생명까지… 올해 채권시장 ‘살얼음’=올해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미배정) 건수는 2015년 이후 최대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수요예측 대비 목표 금액을 채우는 데 실패한 미배정 건수는 총 43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34건)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5년간 회사채 미매각 건은 △2021년(9건) △2019년(15건) △2018년(4건) △2017년(17건) △2016년(26건)으로 팬데믹과 같이 큰 이변이 없는 한 30건을 넘지 않았다.

미배정 가운데 전량 미매각된 회사채 역시 7건으로 2020년(9건)을 제외하고 2016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흥행에 실패해 일부 미매각이 발생할 수는 있어도 전량 미매각이 시장에서 잇달아 나오는 것은 채권 시장의 냉각기류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발전 사업을 진행 중인 삼척블루파워와 통영에코파워에서만 약 1조3000억 원이 넘는 미배정 물량이 대거 속출했다. 울산지피에스(AA-), 흥국생명보험(AA-), 한화솔루션(AA-), 여천NCC(A+) 등에서도 수요예측에서도 미달이 발생했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우량, 비우량을 가리지 않았다. 투자적격등급인 ‘A’ 등급 이상에서 미매각이 속출했다. 올해 전량 미매각 건수는 AA-등급에서 3건(1400억 원), A+등급에서 3건(3510억 원), A등급에서 1건(1200억 원) 발생했다.

반면 2020년에는 전량 미매각이 ‘A’ 미만 등급인 A-(4건, 2200억 원)와 BBB+(2건, 600억)에 몰렸다. 나머지는 AA-, A+, A에서 각각 한 건씩 발생했다.

◇우량등급 회사채 내년 쏟아질까=금융시장의 온도계는 위기를 가리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불안지수는 지난 10월 기준 위기단계(22 이상)에 해당하는 23.6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4월(24.7)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불안지수는 지수가 높을수록 그만큼 금융불안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전문가들은 내년 1월에는 상황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특히 ‘AA’ 우량등급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뛰어들 것으로 봤다. 다음 달 4일 ‘AAA’ 등급의 KT가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같은 달 ‘AA0’ 등급의 롯데건설과 롯데제과, 포스코(AA+) 등도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연초 발행이 10조 원 이상 집중될 경우 공모 경쟁과 우량 등급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비우량 등급은 신용 경계감이 지속되면서 우량등급 대비 온도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이지만, 재무안정성, 계열지원 가능성 및 업황에 따라 차별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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