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치솟는 기름값, 속타는 소비자

입력 2009-04-1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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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비자들은 기름을 넣을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기름값이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덧 고유가로 한창 시끌했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여의도의 한 주유소는 휘발유값이 ℓ당 1900원에 육박하면서 지난해 고유가 악몽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실제로 국내 휘발유값의 기준이 되는 국제휘발유(옥탄가 92)는 9일 현재 배럴당 60.69달러로 최고점이던 지난해 7월4일 배럴당 147.30달러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40% 수준이다. 그러나 전국의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평균 휘발유값은 12일 현재 ℓ당 1553.49원으로 지난해 7월의 ℓ당 1922.59원에 비해 20% 감소한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유가와 석유제품가격이 떨어졌지만 소비자들이 받는 혜택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받아야 하는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기름값 상승으로 소비자들만 속타는 입장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받지 못한 혜택은 어디로 간 것일까? 대부분은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우선 이러한 비대칭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세금에 있다.

휘발유에 붙은 세금은 지난해 7월 교통세와 주행세, 교육세 등을 합쳐 ℓ당 832원이었다. 그러나 4월 현재 유류세는 ℓ당 890원으로 8% 이상 늘어났다. 정부가 국제유가 하락을 이유로 올 들어 유류세 10% 감면 제도를 폐지하고 원유수입 관세를 높혔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족한 세수도 확보해 보자는 복안이 깔려 있는 듯 하다.

이로 인해 휘발유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3%에서 57%로 올랐다. 국제가격은 떨어졌지만 세금이 오르면서 결국 전국의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값은 오히려 지난해와 비교해 높아진 것이다.

세금이 휘발유값을 왜곡시킨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정부의 전체 세수 중 18%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다가 주유소나 정유사를 통해 쉽게 세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유사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유사들이 일정수준의 마진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주유소에 공급하는 세전 가격도 비대칭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으로 인해 대기업에서부터 자영업자까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제품소비도 없는 상황에서 슬금슬금 올라 어느덧 지난해 고유가 파동 때와 비슷해져 원가 상승의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기름값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한편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제석유제품가격도 상승세를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현재대로 유지된다면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이는 자칫 회복될 기미가 보이고 있는 경제분위기를 다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소비자들의 경제심리를 회복하고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유류세 감면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또 정유사들도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정부-정유사-소비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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