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식량과 에너지 주권 확대가 선진이다

입력 2022-1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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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

재생가능에너지 체계로 생산된 전력을 100%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RE100 캠페인 공동 주관기관이 지난달 한국 정부와 대통령에게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을 촉구했다. 현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전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서 제시한 재생에너지 비중 30.2%를 21.6%로 후퇴시키고, 23.9%로 계획한 원자력 발전 비중을 32.4%로 확대했다. 현 추세로는 한 반도체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지 못하는 수준인데 이를 후퇴시키고 있으니 국제사회가 ‘결국 한국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조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달에는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지속과 확대를 요구하는 파업에 대해 정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하자, 국제노동기구(ILO)가 결사의 자유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에 ‘긴급 개입’ 공문을 보내 파업 보장을 권고했다. 한국 정부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ILO의 관련 협약을 비준했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미국 이익 중심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고 한·미·일 동맹을 유지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에 매달리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관심도 능력도 없으니 위기는 가중되고 있다. 외교의 기본이라는 국익을 살펴보기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구상도 생각도 없으니 다자외교 자리에서 협조를 구할 일도 인사조차 나눌 일도 없다. 스스로 구하지 않는데 누가 만나주고 조언하겠는가.

장기간의 팬데믹 상황에서도 봉쇄 없이 생활을 보장하고 경제를 운영해 ‘눈 떠보니 선진국’으로 격이 오르던 일이 엊그제인데 정권을 바뀐 지 한 해도 되지 않아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의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지난 정부는 혁신까지는 못 가도 최소한 세계 체제의 합의 규범과 추세를 나름 따르려 애썼고, 사회적 잠재력이 부분적으로 발휘되어 팬데믹 대응 상황에서 선진국 대열에 어깨를 겨루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가의 근본이라 할 식량과 에너지 생산·수급이 취약해서는 선진이란 자리를 유지할 수도, 국가의 지속성도 보장할 수 없다. 개인이나 사회, 국가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삶이란 생활을 스스로 감당하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알며, 삶의 태도가 다른 이에게도 긍정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 기반과 체계,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느냐를 선진의 잣대로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스스로를 감당할 근본이 되는 식량과 에너지 자급 정도가 너무나 취약하다.

곡물자급률은 20.2%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식량안보 지수도 하락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32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에너지도 세계 8위의 소비를 하고 있으나 자급률은 7.2%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에너지자급률이 조금 개선된 것은 재생에너지 분야가 늘어서인데, 내용을 보면 1차 에너지 공급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으로, 이 또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이다. 식량과 에너지를 5분의 1, 10분의 1도 자급하지 못하고 있으니 지금의 생활 수준을 누리려면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 그 돈으로 먹거리와 에너지를 계속 사와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반도체를 수출해 1280억 달러를 벌었지만, 에너지 수입을 위해 1372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수출은 감소하고 있는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줄이겠다고 한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농업·농촌을 희생하고 에너지 다소비 세계 체제에 편입하여, 그동안 우연하고도 다행히 국부를 늘려왔다. 하지만 팬데믹과 기후위기 시대에 세계 각국은 자국 이익 중심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본을 어르고 달래서 위임받은 권한과 자리만 지켜 기득권의 안위를 꾀하는 세력, 자신들 외에 전체 자본의 흐름과 이해마저 대변하지 못하니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자괴감 어린 세평이 나온다.

스스로를 감당해갈 노력 없이는 선진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어렵다. 식량과 에너지의 자급도가 워낙 낮기 때문에 확충해갈 여지가 많다고도 볼 수 있다. 농업·농촌 실질 지원과 농지보전, 재생에너지 확충이 전환의 길이다. 전 정부도 제대로 하지 못한 그린뉴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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