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급 역발상…“항속거리 아닌 빠른 충전에 답 있다”

입력 2022-12-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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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속거리 증가, 배터리 크기 늘려 비용 부담
빠른 충전에 집중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
급속 충전소 확보와 배터리 기술 개발 과제로 남아

▲테슬라 차량이 배터리 충전소에 주차돼 있다. AP뉴시스
▲테슬라 차량이 배터리 충전소에 주차돼 있다. AP뉴시스
전기자동차의 미래를 떠올리는 사람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충전은 빠르되 오래 달리고 생산을 제약하는 희소한 원자재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차.

특히 전기차 보급에 가장 걸림돌로 지적되던 것이 바로 항속거리다. 항속거리는 1회 충전으로 차가 얼마나 주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상식적으로 항속거리는 길수록 좋다. 그렇지 않다면 소비자들은 ‘항속거리 불안’에 빠지기 마련이다. 항속거리 불안이란 배터리는 소진됐는데 주변에 충전소가 없어 차가 길거리에 서게 될까 두려워하는 심리를 뜻한다.

이에 전기차업체들은 항속거리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전기차 연구진 일부는 역발상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개했다. 오히려 배터리를 소형화해 항속거리가 짧아지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충전이 기존보다 훨씬 빠른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보급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최근 배터리 소형화의 장점이 막대하다는 점에 주목하며 개발 필요성을 강조했다.

WSJ는 “전기차가 현재 많은 사람 손에 닿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배터리”라며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늘리면 가격이 상승할뿐더러 무게도 늘어나 연비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배터리 제조엔 늘 시장에 부족한 원자재가 필요한 만큼 생산능력이 오랫동안 제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속거리는 짧아져도 목적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더 단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에너지부 고등연구계획국(ARPA-E)은 전기차 두 대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워싱턴D.C.까지 달리는 간단한 실험을 했다.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이 공공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AP뉴시스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이 공공 충전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AP뉴시스
한 대는 항속거리 300마일(약 483km)이며 급속 충전소에서 충전할 때 약 1시간이 걸린다. 다른 한 대는 배터리 크기가 절반이어서 항속거리가 150마일인 대신 15분이면 완충할 수 있다. 그 결과 후자가 목적지에 약 20분 일찍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을 위해 정지하는 횟수가 많고 승하차에 시간이 걸려도 운행에는 더 효율적이었다.

특히 미국에선 여행을 위한 장거리 드라이브보다 출퇴근하는 일상에서 차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실험 결과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크다.

물론 이는 그만큼 많은 급속 충전소가 도로변에 많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개별 기업이 아무리 배터리를 소형화한다 해도 그에 상응하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엔 공공 충전소가 5만 곳 있지만, 급속 충전소는 6600곳밖에 없다. 그중 약 1600곳이 테슬라 소유로, 다른 브랜드 차량 운전자들은 플러그가 맞지 않거나 연결 케이블이 짧다는 등의 이유로 충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현재 포르쉐나 테슬라 등 일부 기업이 이미 급속 충전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상 모든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일관되게 15분으로 단축하는 것은 지금의 배터리 기술로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과제를 달성하려면 아직 걸음마 단계인 배터리 기술의 개발과 급속 충전소의 광범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포함해 주요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며 “하지만 달성했을 때 이점은 엄청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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