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체포’ 막아낸 국회, ‘이재명 지키기’ 반복할까

입력 2022-12-28 16:49 수정 2022-12-2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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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노웅래 체포동의안’ 부결…가 101표‧부 161표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11월 23일 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11월 23일 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6000만 원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수사에 나서며 노 의원을 압박했던 검찰 수사는 불구속기소 처리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노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한 결과, 총 투표수 271표 중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로 부결 처리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표결 전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찬성표’를 던져줄 것을 호소했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이 청탁과 돈을 받는 내용이 녹음된 증거를 거론하며 “20년간 부정부패 수사를 직접 담당해왔지만 부정한 돈을 주고받는 현장이 이렇게 생생하게 녹음된 사건은 본 적이 없다”며 “뇌물 사건에서 이정도로 확실한 증거들이 나오는 경우를 저는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공직자라도 직무와 관련된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을 받고 명확한 증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조작한 거라고 거짓 음모론을 펴면서 혐의를 부인하는 경우 거의 예외 없이 구속수사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을 제외하고 1948년 제헌국회 이후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것은 총 65번이었다. 이 중 가결과 부결은 각각 16건(24%), 나머지 33건은 철회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선 정정순(민주당)·이상직(무소속)·정찬민(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됐다.

국회 회기가 열린 경우 의원 절반 이상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해야만 구속 가능하다.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검찰은 이번 회기에 그를 체포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임시국회 회기는 다음달 9일에 종료된다.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으면 국회를 열 수 있는데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은 또 국회를 열고 회기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국회 부결이라는 결과를 받은 뒤 또 다시 국회 통과가 필수인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 결국 검찰은 노 의원을 불구속 기소 처분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2018년 홍문종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사학재단 경민학원에서 교비를 임의로 사용한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했지만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며 불구속 기소로 수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자 서울중앙지검은 즉각 입장을 내고 “국회의원의 직위를 이용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구속 사유가 명백함에도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결과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21대 국회에서 부패범죄 혐의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모두 가결된 사례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죄질에 부합하는 사법적 처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성탄절 예배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성탄절 예배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에 이른 상황에서 이번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이 대표도 노 의원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의 구속을 막기 위해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 반대는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있었다.

‘변호사비 대납’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의혹 등 ‘이재명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는 가운데 검찰이 노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면 이 대표에 대한 향후 수사가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고 이에 탄력받은 검찰의 수사 범위가 야권 전반으로 확전될 여지도 있어서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은 이 대표 경우에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이 대표에게 28일 소환 조사를 통보했다. 이 대표는 본회의 등을 이유로 일시와 방식을 추후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조만간 조사 일정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조사를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검찰로서는 서면조사 또는 소환조사를 진행하고 다음 단계로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노 의원 체포동의안에 자유 투표 방침을 정했지만 이 대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수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 검찰은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다른 강제수사에 집중해야 한다. 현재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전면적인 압수수색은 아직 진행하지 않았지만 체포동의안 처리 여부에 따라 그의 거주지나 주변인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이 대표가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명분을 얻은 검찰의 강제수사는 더욱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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