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계 “중소기업 적합업종, 개선해야 할 규제 100개 중 하나”

입력 2022-12-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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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계 “제도 폐지‧합리화로 영업활동 보장해야”
중소기업계 “규제가 아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장유진 회장과 관계자들이 올해 5월 제 70차 동반성장위원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여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장유진 회장과 관계자들이 올해 5월 제 70차 동반성장위원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여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중견기업계가 내년도 개선돼야 할 규제 100개 중 하나로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업종을 꼽으며 제도 폐지ㆍ합리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중소기업계에서는 적합업종 제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무용론에 반발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28일 ‘2023년 중견기업 규제 및 애로 개선 과제 100선’을 발표하며 중소벤처기업부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폐지 및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 합리화를 건의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고 관련 중소기업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2012년 1월 시행됐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은 대기업 진출 억제를 통한 영세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지난 2018년 12월 도입됐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3년간 관련 업종과 품목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사업 확장과 진입 자제 등이 권고된다. 3년의 범위에서 한 차례 지정 기간이 연장될 수 있어 최장 6년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총 111개 업종·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고 현재는 고소작업대 임대업‧자동차 단기대여 서비스업‧대리운전업 3개 업종에 대해 제도가 적용 중이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견기업계에서는 제도로 인해 업종 전문화로 성장한 중견기업의 성장이 제한되고 중복‧과잉규제로 영업활동이 침해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법제화 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일원화하거나, 일괄적으로 정하지 말고 업종별로 쿼터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박미진 중견련 정책팀장은 “중견기업 중에도 적합업종 제도로 혜택을 받은 곳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중소기업보다 열악한 중견기업도 많은데 중견기업이 됐다는 이유로 갑자기 보호에서 벗어나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거나 판로를 개척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할 게 아니라 중견기업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사라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김소미 중소기업중앙회 상생협력부 과장은 “적합업종은 규제가 아니라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 장치”라며 “그것마저 없으면 중소기업‧소상공인은 그 영역에서 아예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올해 8월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도의 실효성이 낮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KDI는 “제도가 적합업종에 포함된 사업체의 퇴출 확률을 낮춰 사업을 유지하는 측면에서의 보호 역할은 했지만 중소기업의 성과 또는 경쟁력 제고에는 한계를 보였다”고 보고서의 근거를 들었다.

KDI의 보고서를 두고 당시에도 중견기업과 중소기업계는 갈등을 빚었다. 제도의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폐지하자는 입장과 대기업‧중견기업에의 쏠림 현상으로 생계에 위험을 느끼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생각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의견이 맞부딪혔다.

▲답변하는 오영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사진제공=동반성장위원회)
▲답변하는 오영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사진제공=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심의하는 오영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적합업종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논의하면서 협력관계가 만들어진다”며 “무용론보다는 상생의 길을 만드는 방법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제도를 생산성의 영역에서만 보지 않고 지역균형발전 등 중소기업의 다른 역할도 고려해서 이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측면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KDI의 보고서대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돕지 못하니 단순 폐지하자고 주장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균형발전을 하도록 돕는 기본 생산단위인 만큼 유지할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다만 현재의 제도가 플랫폼 기업의 출현처럼 바뀌는 산업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노용환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적합제도는 전통적인 산업 분류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며 “모호한 부분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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