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업계 CEO 10명이 비공개 조찬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도 자격제도와 관련된 문제점과 개선의 필요성이 나올 정도다.
◆투상은 불법?...내년부터 폐지
증권사 영업지점에는 정규직 영업직원과 투자상담사가 함께 근무하고 있다. 투자상담사는 기본급은 전무한 상황에서 오로지 영업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 그럼에도 실적이 변변치 않을 경우 그나마 그 자리에서도 언제든지 나가야 한다.
현재 1000여명이 넘는 투자상담사가 증권사 객장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에 투상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수십만명은 내년부터 자격증이 무용지물이 됐다.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은 둘째 치고, 당장 투자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은 실업자가 될 상황.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투자상담사 업무가 불법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투자자 상담 및 매매 주문 위탁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투자상담사들은 '투자자보호'를 강조한 자본시장법상 증권사 정규직원이나 투자권유대행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일부 높은 실적을 올리는 상담사들과는 재계약을 하거나 직원으로 고용하겠지만 대부분은 감싸 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자격증 도입..금융권 직원들은 '열공중'
금융당국은 투자상담사라는 자격증을 하루아침에 아무 쓸모 짝이 없는 자격증으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자격증 제도를 도입했다. 대표적인 자격증이 펀드투자상담사와 파생투자상담사.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직원은 3개월의 유예 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4일부터 펀드를 팔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시험을 봐야 하지만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특히 이미 펀드 판매 업무를 보고 있는 직원들에겐 남은 이번주 일요일인 12일에 치러지는 시험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기존에 금융권에서 펀드를 판매해온 직원들은 대부분 증권펀드 자격증은 갖고 있지만 파생상품펀드와 부동산펀드 자격증은 신설됐기 때문에 새로 자격증을 따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번 주말 이후에도 2~3개월에 한 번꼴로 시험에 응시할 수는 있다. 하지만 당장 5월부터 자격증이 없는 사람에게는 보유한 자격증 이외의 펀드판매 전산망은 막혀 버린다. 다음 시험을 보고 그 결과가 나오는 7월 중순까지는 꼼짝없이 기초적인 펀드 이외엔 팔 수 없다. 시험을 앞둔 현직 펀드 판매 창구 직원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회사도 취업준비생도 죽을 맛
금융권 영업 관련 자격증이던 투자상담사 자격증이 폐지되면서 세분화된 자격증이 신규로 생겨나면서 직원들만 고달픈게 아니다. 취업을 준비 중이던 학생들은 물론 직원들의 자격증 취득을 지원하는 회사들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사이버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고 주말 특강을 마련해 면학 분위기를 조성했다. 기업은행도 요점 정리와 예상 문제를 뽑아주는 등 지극정성이다. 해당 업무가 펀드 판매가 아닌 직원들도 앞으로 인사 등을 고려해 자격증을 따려 할 것으로 보여 금융권의 면학 분위기는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기존 펀드판매 관련 자격증 보유자가 17만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3월 합격자 7만명을 제외하고 최소 금융권에서만 10만명이 자격증에 도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투자상담사는 “투자상담사 폐지는 자본시장법 시행(2월4일) 전 소속 증권사나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어떠한 통보도 받은 적도 없다”며 “이번에 신규로 생긴 자격증들도 언제 하루 아침에 없어질지 모를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은행 영업지점 직원도 “금융투자 관련 자격증이 너무 많다”며 “고객을 위한 자격증들인지 관련 유관기관 수입을 위한 자격증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