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코인시장]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 “비트코인=디지털金, 인식 깨져…일상 서비스 주목"

입력 2023-0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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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체인데이터 분석 전문 크립토퀀트 주기영 대표 인터뷰
블록체인 실용성 의심 여지 없어…나이키, 레딧, 블랙록 등 사업 운용
“투자 심리 올해와 비슷할 것…오는 5월 DCG그룹 유동성 리스크 주의”

(사진제공=크립토퀀트)
(사진제공=크립토퀀트)

“암호화폐는 쓸모를 증명해야 할 때가 왔다”

2023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을 한마디로 정의해달라는 질문에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가상자산·블록체인 업계가 IP산업이나 NFT 등을 통해 실질적 가치를 증명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15일 화상으로 만난 주기영 대표는 “일단 시장만 놓고 봤을 때는 거시경제 흐름이 중요한데, 내년은 고금리의 시대라 투자 심리가 다시 돌아온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면서 “지금의 위축된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여러 지표를 통해서 봤을 때 지금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저평가 돼 있다고 보여지며, 리스크 요소만 제거되면 가격은 회복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주 대표는 주의해야할 리스크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DCG그룹의 오는 5월 채무 만기일을 꼽았다.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 큰손으로 불리는 DCG그룹은 자회사 제네시스 트레이딩이 FTX 계좌에 1억7500만 달러 어치 자금이 묶인 것을 시작으로, 연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주 대표는 “제네시스 트레이딩으로 발생한 채무를 갚아야 하는 시기가 오는 5월 23일”이라면서 “DCG가 그때까지 돈을 갚지 못하면 DCG 사단의 자회사 코인데스크, 그레이스케일 등 다른 회사에 넘어가거나 팔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 대표는 이런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올해도 전고점을 뚫기 힘들고, 아무리 빨라도 연말은 돼야 상승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 대표는 “보수적으로는 2~3년 후까지도 보고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기영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2022년 가상자산 시장은 FTX 붕괴, 테라·루나 사태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를 돌아봤을 때 소회는 어떤가?

아무래도 다사다난 했다. 가격이 떨어진 건 슬프지만,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테라·루나, FTX 사태 등을 거치면서 업계 사람들, 5년 이상 있었던 분들도 하락장을 두 번 이상 겪었음에도 시장을 떠나고 싶다는 사람이 절반일 정도였다. 다만 미래가 안보이고 막막하던 2019년 하락장과 달리 블록체인의 실제 사용과 미래에 대해서는 의심이 없다. 나이키, 레딧 등 글로벌 기업이 NFT 사업에 뛰어들었고, 대형 게임사들도 게임파이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전통 금융쪽에서도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 코인·USDC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블랙록은 가상자산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Q. 하락장 상황 속에 온체인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크립토퀀트에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유저 매출은 많이 늘었다. 과거 온체인 데이터는 마케팅 용이지 무슨 투자를 하냐는 인식이 있었는데 루나, FTX 사태 이후 인식이 달라졌다. 온체인 데이터로 할 수 있는 건 크게 △기업과 개인간 자금 이동을 분석하는 플로우 분석, △유저수·프로토콜·덱스 볼륨등을 KPI 삼아서 분석할 수 있는 펀더멘털 분석이 있다. 향후 1~2년간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처럼 가상자산에서도 펀더멘털 분석을 강화해 시장에 기여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이런 스탠다드를 만들어야 테라·루나, FTX 사태 같은 일이 없어질 것이다.


Q. FTX 사태 여파가 국내보다는 미국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현재 미국 마이애미에 머물고 계신데, 현지 업계 분위기는 어떤가?

우선 비즈니스 세일즈 쪽에서 잘리는 경우가 많았다. 암호화폐 업계 대부분이 레이오프(정리해고)를 했을 것이다. 지난달만 해도 장례식 분위기였는데 12월은 조금 해결되는 분위기이긴 하다. 기관의 관심도 돌아오고 있다. 구조조정이 진짜 죽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매출이 적을 것을 예상해 혹한기를 준비하며 이뤄지는 느낌이다. 전에는 기업의 내러티브나 미래 가치로 투자를 받았는데, 이제는 매출 쪽으로 관심이 많이 옮겨갔다. VC에도 돈이 몰리지 않으니 스타트업은 허리를 졸라 맬 수 밖에 없다.


Q. 글로벌 시장과는 다른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특징이 있을까?

국내 암호화폐 스타트업이 많이 있었는데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래소 이외의 여러 목소리를 내는 스타트업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 요즘 가상자산 업계에는 ‘비트코인=디지털 금’이란 인식이 깨지고, 실질적으로 유저가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많다. 우리나라는 K-pop, 게임 등 콘텐츠에 강한 나라이니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넷마블 등 여러 회사가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


Q. 22년 크립토 시장을 한 마디, 혹은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칼이 잘못한 게 아니라 칼잡이가 잘못한거다’. 여기서 칼은 여러가지 핵, 원자력 등 여러가지로 치환될 수 있다.


Q. 비트코인 반감기나 단기리스크 해결과 무관하게, 가상자산 시장은 거시경제 흐름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공감한다. (거시경제 흐름과) 같이 안 간다가 원래 논리였는데, 결국엔 같이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데이터가 그렇다. 돈이 들어올 때 오르고 빠질 때 내려갔으니까. 장기적으론 비트코인이 금처럼 인플레 헷지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해결해야 될 과제가 많다. 이더리움도 돈세탁에 쓰이는 경우가 있지만, 비트코인보다 덜하다.


Q. 세계 각국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규제의 방향은 어떻게 흘러가야 한다고 보는가?

먼저 가상자산을 다루는 주무부처 정치인의 가상자산 관련 이해도나 지식이 높아졌으면 좋겠다. 미국 SEC의 경우 2017년부터 크립토에 대해 고민하던 MIT 출신들이 많다. 또 거래소 규제에만 집중하기 보다 ICO 사기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강력하게 규제하고 처벌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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