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플랫폼 쿠팡플레이가 공개한 축구 콘텐츠 ‘국대: 로드 투 카타르’ 제작에 참여한 업체들 사이에 용역비 지급 범위로 의견 차이가 생기면서 소송전이 벌어졌다. 정산이 마무리되지 않아 재용역을 받은 업체 중 일부도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소액소송인 만큼 법정공방이 길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대: 로드 투 카타르’ 제작에 참여했던 기획업체 A사는 콘텐츠 제작을 총괄한 제작사 B사를 상대로 용역비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소가는 1759만 원가량이다. 양측은 11일 오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1차 변론에서 각자 주장을 전개할 예정이다.
용역비를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소송까지 이어졌다. B사는 콘텐츠 제작 도중 A사에 편집을 맡겼는데, 견해차가 생기면서 용역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B사는 계약에 따라 용역비 지급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양측은 진행률에 따른 비용을 얼마로 산정해야 하는지 접점을 찾지 못했다. B 사가 지급하겠다는 금액과 A사가 요구한 금액이 다른 상황이다.
‘국대: 로드 투 카타르’는 공개 전부터 큰 관심을 끈 콘텐츠다. 축구 국가대표팀 카타르 월드컵 진출과 준비 과정, 라커룸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담아 지난해 10월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별도 공지사항 없이 공개가 늦어져 이유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콘텐츠는 촬영 후 편집 방향과 참여 업체가 몇 차례 바뀌면서 공개가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국대: 로드 투 카타르'가 총 6부작인데 편집을 3~4곳 업체가 나눠서 편집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곳이 편집에 참여했는데 중간에 업체가 바뀌고, 위에서 주문하는 방향이 달라지다 보니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용역을 받은 업체가 다른 곳에 재용역을 줬다"고 덧붙였다.
A사와 B사가 용역비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면서 재용역을 받은 일부 업체도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금액이 수백만 원에 불과하지만 일을 마치고 콘텐츠가 공개된 뒤에도 정산이 끝나지 않은 셈이다.
용역비 관련 분쟁은 영상 콘텐츠 업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제작·촬영을 맡은 업체가 편집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일감을 준 뒤 입장차이가 발생해 다른 업체에 다시 용역을 맡기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이럴 경우 비용 산정 기준도 제각각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콘텐츠 기획이나 방향이 자주 바꾸고, 편집도 여러 차례 재수정하다가 프리랜서 편집자가 일을 맡기도 한다.
소액소송인 만큼 법정공방은 길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사 관계자는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담당 법무법인에도 전달했고, 상황이 더 복잡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 제작을 총괄한 B사 관계자는 "계약에 따라 진행했고 소송이 진행 중이라 자세한 내용을 말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개 지연은 소송이나 업체 변경 등과 관련이 없고 쿠팡플레이와도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A사가 편집 용역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계약을 해지했고, 편집을 서너 곳에서 했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쿠팡플레이·대한축구협회를 중개한 스포츠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한 뒤 일을 진행했고, 우리는 해당 스포츠 에이전시만 계약관계가 형성돼 있어 업체 간 분쟁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국대: 로드 투 카타르’는 축구팬 사이에서 호평을 받는 화제의 콘텐츠다. 축구 국가대표팀 뒷이야기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선수들 인터뷰, 훈련과 경기 준비 과정을 담았다. 1년 3개월간 기획·제작했고 102명을 인터뷰하는 등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