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가 살렸고, 강수연에 울었다…2022년 영화계 결산

입력 2022-12-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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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극장가는 장기 침체를 깬 ‘범죄도시2’ㆍ‘탑건: 매버릭’ 흥행에 웃었고, 칸 영화제 선택을 받은 영화배우 송강호ㆍ박찬욱 감독과 함께 기뻐했다.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고(故) 강수연 배우의 비보에 눈물 지었고, 지역 기반 국제영화제가 잇따라 폐지되는 흐름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웃을 일도, 탄식할 일도 많았던 2022년 영화계 이야기를 종합해 본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매출ㆍ관객 수 반등했지만…

▲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범죄도시2'포스터가 걸려 있다.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2'는 개봉 20일째인 6월 6일 관객수 900만 명을 넘어섰다. '범죄도시2'는 관객수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가 됐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범죄도시2'포스터가 걸려 있다.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2'는 개봉 20일째인 6월 6일 관객수 900만 명을 넘어섰다. '범죄도시2'는 관객수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천만 영화가 됐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는 3년째에 접어든 올해 처음으로 매출ㆍ관객 수가 반등하며 회복의 밑거름을 쌓았다. 다만 산업 규모의 정점을 찍었던 2019년 성적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해, 영화계의 고심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 ‘11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 극장 매출액은 1조26억 원, 누적 관객 수는 9863만 명이다. 다만 여기에는 12월 개봉한 ‘아바타2: 물의 길’ 성적이 반영되지 않았다.

올해 성적은 1조920억 원, 관객 수 1억60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30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집계된 ‘아바타2: 물의 길’(매출액 790억 원, 관객 수 646만 명)과 같은 달 개봉한 ‘영웅’(매출 111억 원, 관객 수 115만 명)의 성적을 더해 추산한 것이다.

‘범죄도시2’가 살렸다…팬데믹 이후 최초 1000만 돌파

▲ '범죄도시2' 스틸컷 (ABO 엔터테인먼트)
▲ '범죄도시2' 스틸컷 (ABO 엔터테인먼트)

칙칙했던 영화계 분위기를 반전시킨 주역은 5월 개봉한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2'다. 코로나19 이후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누적 관객 수 1269만 명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마동석의 전매특허 타격 액션이 돋보였고, 드라마 ‘나의 아저씨’로 추앙받던 손석구의 악역 호연도 오락성과 쾌감을 보증했다.

외화 중에서는 '탑건: 매버릭'이 800만 명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올해 최고 성적을 썼다. 원조 ‘탑건’이후 35년 만에 탑건 스쿨 교관으로 다시 돌아온 톰 크루즈에 중년층이 환호를 보냈다. 큰 화면 관람에 특화된 비행 장면 등이 ‘볼거리’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젊은 관객과 4DX 등 특수관 관람객의 호응까지 끌어냈다.

독립, 예술 영화 중에서는 현재 상영 중인 일본 로맨스물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무려 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예상치 못한 저력을 보여줬다. 국내 작품 중에서는 조국 전 장관을 카메라에 담은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이 33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마침내’ 칸 트로피 번쩍 치켜든 송강호, 박찬욱 감독

▲ 올해 5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왼쪽)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올해 5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왼쪽) 감독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한국 영화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로커’의 송강호와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은 프랑스 칸에서 기쁜 소식을 전했다. 각각 남우주연상, 감독상 트로피를 치켜든 것이다. ‘박쥐’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두 사람의 인연이 더욱 각별하게 회자됐다. 한국 배우 중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찬 건 송강호가 최초다. 박찬욱 감독은 ‘취화선’으로 같은 상을 수상했던 임권택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다만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의 국내 개봉 성적은 떠들썩했던 수상의 기쁨을 뒷받침하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의 누적 관객 수는 각각 126만 명, 189만 명에 그쳤다.

▲ 헐리우드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지난 6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야외광장에서 열린 '탑건: 매버릭 ' 내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 헐리우드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지난 6월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야외광장에서 열린 '탑건: 매버릭 ' 내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gusdnr8863@)

한국 영화인이 해외에서 활약했다면, 해외 영화인도 한국을 찾아 바쁘게 움직였다. ‘탑건: 매버릭’의 톰 크루즈, ‘불릿트레인’의 브래드 피트, ‘아바타2: 물의 길’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차례로 한국을 찾아 작품을 홍보했다. 내한 레드카펫에서 보여주는 한국 팬의 열렬한 성원은 워낙 유명한데, 덕분인지 톰 크루즈는 지난 6월 즉석에서 내년 여름 ‘미션 임파서블7’로 다시 한국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너무 일찍 떠난 강수연, 투병 소식 알려진 안성기

▲ 유작이 된 '정이' 촬영 당시 현장 촬영 영상 (박꽃 기자 pgot@)
▲ 유작이 된 '정이' 촬영 당시 현장 촬영 영상 (박꽃 기자 pgot@)

영화계를 눈물짓게 한 소식도 잇따랐다. 지난 5월 강수연이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55세의 이른 나이로 끝내 세상을 떠났다. 강남 삼성서울병원 영결식장에 자리한 노장 임권택 감독은 “수연아, 뭐가 그리 바빠서 빨리 갔니”라고 읊조리며 비통함을 숨기지 못했다. 배우 설경구, 문소리, 연상호 감독 등 추모의 영화인파가 당시 자리를 가득 메웠다.

지난 9월에는 국민배우 안성기의 혈액암 투병 소식도 알려졌다. ‘배창호 감독 데뷔 40주년 특별전’에 참석한 수척한 사진이 공개되면서다. 올해 개봉한 ‘카시오페아’, ‘한산: 용의 출현’ 등에서 활약해왔던 터였기에 대중의 안타까움도 컸다. 일평생 영화계에서 활동하면서 대소사를 챙기던 원로 배우들의 부재와 투병 소식에 영화계도 함께 아파했다.

지역 기반 영화제 잇단 폐지 칼바람

▲ 배우 양조위가 10월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배우 양조위가 10월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와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16만 명의 발걸음을 끌어내며 비교적 성공적으로 27회째 행사를 마쳤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부산을 찾은 양조위에 대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특히 뜨거웠다.

이와 달리 다른 지역 기반 영화제는 ‘예산 대비 경제 효과’를 논하며 급작스럽게 폐지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3해째 치렀던 강릉국제영화제는 강릉시로부터의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고, 4해째 개최했던 평창국제평화영화제도 강원도로부터 같은 통보를 받았다. 26년간 이어지며 올해에만 9만 명이 찾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도 부천시의원으로부터 특별감사 요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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