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성희롱 일삼은 상사에 민사소송…그 전에 경찰‧노동청 신고 필요할까?

입력 2022-12-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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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 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는데 상사로부터 사과는커녕 제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억울한 마음에 일단 노동청에 민원은 접수했는데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상사의 태도를 보니 참을 수가 없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더 강경하게 대응하고 싶습니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싶은데 그 전에 경찰 신고가 먼저일까요? 노동청에 형사고소를 할까요?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뒤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과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을 원한다면 사법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 때 ‘팁’이 있습니다. 수사기관에 형사고소를 먼저 진행해 보다 쉽게 증거를 확보하고 관할 노동청의 도움을 받아 피해자에게 유리한 판단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인사노무 전문 변호사로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피해자를 변호한 경험이 많은 송태근 법무법인 청성 변호사에게 손해배상 소송 전, 먼저 준비해야 할 점을 물어봤습니다.

Q: 성추행이 아닌 성희롱인데 형사고소가 가능할까요?

A: 성추행은 형법 제298조(강제추행)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 이뤄지는 성희롱은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다만 성희롱 행위가 형법상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해당하면 수사기관에서 가해자를 형사고소할 수 있습니다. 공연성과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에 부합한다면 수사기관도 적극적으로 수사를 진행합니다.

Q: 노동청에도 형사고소가 가능한가요? 노동청은 수사기관이 아니지 않나요?

A: 회사의 부당한 행위를 관할 노동청에 형사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관할 노동청은 특별사법경찰관 역할을 합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을 위반한 회사에 노동청 공무원이 경찰의 역할을 하는 식입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피해자에게 사업주가 근무장소 변경과 퇴사 종용, 따돌림 등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사 대표 뿐 아니라 인사 담당 임원과 인사담당자 등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취한자 등에게 형사고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Q: 민사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할 수 있을까요?

A: 성희롱을 한 상사와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등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입증책임)는 사업주가 불리한 처우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직접 입증하게 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덜어주고 손해배상을 보다 쉽게 도와주는 장치인 셈이죠.

Q: 경찰에 신고하고 노동청에 진정을 넣고, 민사소송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건가요?

A: 가능합니다. 실무에서는 행정기관 대응과 형사고소, 민사소송을 함께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민사-형사-행정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가요?

A: 그렇습니다. 증거 확보 차원에서 용이합니다. 앞서 설명했듯 성희롱 행위가 형사상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이 된다면 경찰과 검찰이 증거를 확보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줍니다.

또한, 민사재판은 형사 판단을 따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권위원회와 노동청 등 행정기관에서 사건을 ‘성희롱’이라고 인정해준다면 향후 민사소송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Q: 만약 형사에서 성희롱 혐의 입증이 어려워지면 민사는 어떻게 되나요?

A: 형법상 처벌되는 ‘성추행’이 경우 형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민사에서도 승소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은 다릅니다. 형사에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민사에 큰 영향은 없습니다. 성희롱을 처벌하는 형법 규정이 없기 때문이죠.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도 법원은 ‘성희롱’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기관을 통한 대응입니다. 노동청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희롱을 인정하면 민사소송에서 유리해집니다. 반면, 행정기관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에서는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Q: 제가 행정기관 신고를 고민하자 가해자인 직장상사가 ‘합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손해배상 소송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A: 경찰조사 과정에서 가해자와 합의를 이루면 보통 민사소송은 취하합니다. 합의서에 ‘가해자로부터 얼마를 지급받고 민‧형사상 모든 소를 취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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