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일 "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 디지털 시장의 창의와 혁신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빅테크(거대 정보기술) 기업의 독점력 남용으로 인한 역기능은 엄정한 법집행으로 규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올해 공정위의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로 혁신 경쟁이 촉진되는 시장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이어 "온라인 플랫폼 등 새로운 시장에서 나타나는 독과점 문제 해결이 현행법 규율만으로 충분한지 내‧외부의 전문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병행해 최근 새벽배송 규제 개선 처럼 새로운 기업의 시장진입을 방해하거나 사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규제도 손질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정부와 유통업계는 대형마트가 쉬는 날과 새벽에도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공정한 거래 기반 조성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한 위원장은 "정당한 대가를 제 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중소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조만간 도입되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연동기준, 계약사항에 관한 세부기준을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명확히 제시하고, 예외조항을 악용해 연동제를 무력화하는 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연동제 법제화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자율적 연동계약도 지속 확산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또 중소벤처기업의 미래가 달린 기술탈취관행 근절을 위해 법집행 역량을 집중하고, 가맹 분야의 경우 과도한 필수품목 지정과 단가 인상으로 가맹점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구체화·합리화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제도 운영과 관련해서는 "공정경쟁의 기반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부당지원·사익편취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사·제재하겠다"면서 "또한 부당성 판단 기준과 법적용의 예외기준을 구체화해 법집행의 예측가능성도 제고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경제 규모 증가 등을 반영해 내부거래 공시 기준 금액을 상향하고, 정보 효용성이 낮은 공시항목과 과도한 공시주기를 조정해 나갈 방침이다. 학계, 법조계, 이해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정책네트워크를 구성해 대기업집단 제도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논의한다.
한 위원장은 소비자가 안전하게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소비환경 조성에도 힘쓰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현행법으로 규율이 가능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뒷광고, 이용후기 조작 등 기만행위는 엄정히 법집행나가면서, 현행법으로 규율이 충분치 않은 눈속임상술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규율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중고거래·리셀(resell) 등 플랫폼을 통한 개인간(C2C) 거래에 대해서도 시장 자율과 법질서의 조화를 바탕으로 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공정위 직원들에게 공정과 청렴을 강조했다.
그는 "명나라의 청렴한 관리로 이름을 날린 곽윤례가 훗날 관리들에게 교훈을 남기기 위해 쓴 관잠(官箴)에 '공생명 염생위(公生明 廉生威)'라는 말이 있다. 공정함에서 밝음이 생기고, 청렴함에서 권위가 나온다는 뜻"이라며 "저를 포함해 우리 공정위 직원들이 마음에 담아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