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가장 빨리 일출 보는 나라 ‘키리바시’ 30년후엔 없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0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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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오염되지 않은 가장 아름다운 나라
지구 온난화로 2050년 사라질 위기에
2차대전때 한국인 징용자 1100명 희생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이 밝았다.

세계에서 일출을 가장 빨리 본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오세아니아 동북방 남태평양에 있는 키리바시 연방공화국이 2023년 새해를 가장 먼저 맞이한 국가다.

키리바시는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 날짜변경선 기준으로 가장 동쪽에 있는 나라로, 일출 시각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키리바시의 시간은 한국보다 5시간, 그리니치 천문대보다 14시간 앞선다.

키리바시는 어떤 나라

키리바시(Kiribati)라는 국호는 과거 명칭이었던 길버트 제도(Gilbert Islands)에서 따온 길버트(Gilbert)의 현지어 표현에서 유래했다. 길버트 제도는 1788년 영국 해군 대령 토머스 길버트(Thomas Gilbert)가 유럽인 최초로 상륙한 뒤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키리바시는 약 730㎢의 국토 면적에 약 11만9446명(2020년)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길버트 제도와 피닉스 제도, 라인 제도 등 총 3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도는 타라와.

키리바시는 적도에 영해가 걸쳐있으며, 국토의 동쪽 끝이 날짜변경선에 접해 있다. 이전에는 날짜변경선이 키리바시를 통과하면서 국가 내에서도 날짜가 달라 혼선이 빚어졌는데 1995년 1월 1일부터 날짜변경선을 동쪽으로 꺾어 표준시를 변경했다.

현재는 키리바시의 모든 섬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새해를 맞이하는 나라가 됐다. 그 결과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이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키리바시를 찾고 있다.

새해를 가장 늦게 맞이하는 곳

새해를 가장 늦게 맞이하는 곳은 미국령 무인도인 베이커 섬과 하울랜드 섬이다. 키리바시와는 26시간의 시간 차이가 난다.

아울러 인근에 있는 사모아(미국령 사모아와는 다른 곳)는 2011년 교역파트너인 호주 및 뉴질랜드와 시차를 맞추기 위해 시간대를 변경하기 전까지 새해를 마지막으로 맞이하는 국가 중 하나였다. 사모아는 동쪽으로 125㎞ 떨어져 있는 미국령 사모아와 날짜변경선을 두고 마주 보고 있지만 시차로는 만 하루가 차이가 난다.

지구 온난화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키리바시

2016년 리우올림픽 남자 역도 키리바시 국가대표 선수인 데이비드가 경기를 마친 뒤 춤을 춰 화제가 됐다.

그는 왜 춤을 추었을까?

해양성 기후로써 기온과 습도의 변화가 거의 없는 나라인 키리바시는 최후의 파라다이스라 불리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물에 잠겨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가 리우 올림픽에서 역도 경기에서 실패하고도 춤을 춘 건 사라질 위기에 놓인 키리바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세계 최대의 해양보호구역에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 자유 유산에도 등재된 키리바시는 국토의 평균 고도가 2m로 지구상에서 평균 고도가 가장 낮은 나라이기도 하다. 섬 전체가 잠기는 데에는 30년밖에 남지 않았다.

해수면 상승으로 1999년 무인도 2곳이 바다 밑으로 사라졌으며, 이르면 2050년경 키리바시 전체가 바닷속에 잠길 수도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몰디브와 함께 가라앉는 나라로 불리며 많은 사람이 환경의 중요성을 느끼려고 방문하는 성지순례 같은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깊은 세계유산을 가진 키리바시는 오염되지 않은 광대한 바다에 약 80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으며 토지면적은 우리나라 흑산도보다 작다.

제2차 대전 당시의 키리바시 전투

1943년 11월 20일 미군이 타라와 베티와 섬에 착륙한 뒤 4일 동안 미군 3만5000명과 일본군 4800명이 맞붙어 미 해군과 해병대 1021명이 숨졌고 일본군 생존자는 17명뿐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에서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투 중 하나인 티라와 전투가 펼쳐졌던 곳이기도 하다.

강제 징용된 한국인 1200명 중 1100명이 희생됐다.

일제에 징용돼 한국에서 머나먼 키리바시까지 끌려와 일본군 방어를 위한 요새를 만들었던 한국인 징용자들. 사망한 한국인들을 기리는 위령비가 1991년 베고 해변에 세워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키리바시, 한국과의 관계

한국인 외항선원들과 현지 미성년자들과의 매춘이 횡행하면서 성적으로 문란한 사람을 ‘꼬레꼬레아’라 부르기도 했으며 한국 선박이 정박금지 조치를 당한 일도 있었다.

1999년 김대중 정권 당시 한국인 선장이 이끌던 원양어선 자스민 9호가 키리바시에게 나포된 적이 있었다. 평소처럼 배를 압수하겠다던 키리바시 측에게 한국인 선장이 대들며 항의하다가 현지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문제는 한국 대사관이나 해양수산부 측에서 선장이 갇힌 건 자기 탓이니 한국 정부는 개입하지 않겠다며 외면해버린 것. 이러니 한국 측이 엄중히 항의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키리바시 측이 오히려 놀라고 황당해했다.

하지만 자스민 9호의 선주가 영국과 인도 이중국적을 가진 인도계 부자였던 탓에 국제적인 논란이 일어났다. 영국과 인도 두 나라 모두 키리바시에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기에 키리바시 정부는 손을 들 수밖에 없었고, 결국 배도 돌려받고 한국인 선장도 석방됐다.

향후 한국인 선장이 한국 정부를 비난했는데, 외교부와 국토해양부는 서로 책임 전가하기에만 급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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