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경제 희망키워드 ①규제혁파] '원인 투아웃' 제도 법제화…기업성장 수갑 풀어라

입력 2023-0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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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기업경영 부담 가중
영ㆍ독 등 자율 예방시스템 도입
산업현장 사망사고 획기적 감축

(자료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자료제공=전국경제인연합회)

세계 경기침체와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기업의 경영 애로가 가중되고 있다. 복합위기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불필요한 규제들로 기업 활동에 억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 개혁이 곧 기업 환경을 좋게 만드는 ‘항등식’은 아니지만, 기업의 성장을 북돋고, 기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1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규제개혁 체감도는 95.9였다. 2021년(92.1)보다 상승했지만, 불만족이 여전히 높았다. 해당 조사 결과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대체로 만족하지 못했다. 기업들이 윤석열 정부가 최우선으로 개혁해야 할 분야로 꼽은 것은 2019년부터 계속 1위를 차지한 ‘노동 규제’(25.2%)다. 그중에서도 개선책 없는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에 계속해서 부담을 주고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도입 이후 규제 처벌에 방점을 뒀고, 이는 사고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기업들에 규제 처벌이 아닌 ‘자율 예방’ 시스템으로 전환한 결과,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이 확연하게 낮아졌다.

영국의 경우 1974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을 만들 당시 노동부 장관직을 맡았던 앨프리드 로벤스가 1972년 작성한 ‘로벤스 보고서’를 대폭 수용했다. 보고서는 ‘정부 등 외부 기구에 의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로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극심한 한계가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과 규제’만으로는 중대재해 예방에 근본적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이후 영국은 자기규율 예방체계에 기반한 산업안전보건법 제정(1974년) 이후 5년 만에 사고사망 만인율이 30%(0.34 → 0.24) 줄었다. 이후에도 빠른 속도로 중대재해가 감축됐다.

독일 역시 규제·처벌의 한계를 인식하고 ‘자율 예방체계’를 구축했다. 두 나라는 이같이 자율 예방 시스템으로 전환 후 사고사망 만인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2018년 기준 영국, 독일의 사고사망 만인율은 각각 0.07, 0.08로 우리나라의 20% 수준이다.

KDI "법인세 인하, 부자감세 아냐"
"기업투자 긍정적 효과 더 클 것"

기업들의 경영환경을 악화시켜 규제 개선이 시급한 분야로 법인세도 꼽혔다. 법인세 인하 시 투자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은 지난해 12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조 원장은 “법인세를 인하하면 투자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는 건 대다수 사람이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법인세를 감면하는데 투자가 더 위축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다만 투자 효과가 어느 정도냐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을 통해 여러 추정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규제 1개를 만들면 기존 규제의 2배에 해당하는 규제를 폐지,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2016년 7월부터 총리 훈령을 근거로 규제 1개 신설·강화 때 동등한 규제 비용을 지닌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원인 원아웃’(One In, One Out) 수준의 규제비용관리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인 투아웃’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시행 근거를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시행한 규제비용관리제가 차기 정부에서 폐지된 이후 규제비용과 규제 수가 급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투포 원룰(Two for One Rule)’을 도입했다. 투포 원룰은 규제를 신설할 경우 기존 규제 2개 이상을 폐지하고, 신설된 규제로 인한 비용은 폐지되는 규제의 비용으로 상쇄하도록 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의 시행 결과 4년간 감축된 규제 비용은 총 1986억 달러(약 252조 원)로 사전에 정했던 목표의 2.5배였다. 신설 규제 1개당 기존 규제 5.5개를 폐지해 규제 수 감축 목표도 초과 달성했다.

규제 감축 인센티브ㆍ목표 설정
정부 부처 적극적 참여 유도해야

전경련은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규제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규제 비용과 규제 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규제비용관리제 폐지 후 2021년 규제비용 총액은 2015억 달러(약 255조 원)로 트럼프 행정부 4년간 합계(648억 달러)의 3배 수준이었다. 2021년 신설된 경제적 중요 규제는 69개로 역대 행정부 1년 차보다 최대 3.1배 많았다. 2년 차에 신설된 계획도 최대 2.2배에 달한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한국도 원인 원아웃 제도를 도입하고 6년간 1조3700억 원의 순 비용을 줄일 수 있었지만, 부처별 감축 목표나 인센티브가 없어 부처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못했다”며 “규제 비용만 관리하면서 규제 건수는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체감하고 있는 불필요한 규제가 155건이다. 이를 없애고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경련은 155건의 규제 개혁과제를 발굴해 기획재정부에 건의한 상태다. 유 본부장은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향후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면서 “정부는 ‘신발 속 돌멩이 규제’를 해소해 기업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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