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혁신과 열정과 미래를 향한 2023년

입력 2023-0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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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동국대 석좌교수(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대망의 2023년이다. 올해의 대외 여건은 더욱 어렵고 경제는 힘들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함은 분명하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자.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지도자를 벤치마킹하자. 경제와 안보 위기를 잘 극복하고 국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간 지도자로 이스라엘의 고(故) 시몬 페레스(Shimon Peres) 대통령을 든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대학교에서 ‘혁신 창업국가’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환영사에서 시몬 페레스 대통령의 ‘혁신 창업국가’ 정신을 강조했다. 기업을 혁신하듯이 국가도 ‘혁신 창업국가 대한민국(Innovation Start-up Korea)’의 꿈을 키우자는 메시지는 감동적이다.

페레스 대통령은 약관 21세에 이스라엘 초대수상 벤 구리온의 비서로 들어와 70년을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 10번의 장관, 3번의 수상, 8년간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이스라엘 발전의 기초를 다졌다. 지금 이스라엘은 창업, 인터넷 보안, 데이터 저장, 인공지능, 제약 물질, 방어무기, 수자원 관리 면에서 세계 첨단이다. 페레스 대통령의 농업관이 특별하다. “농업은 95%가 과학과 기술이고 5%가 노동이다”고 강조한다. 국토의 절반이 사막이며 연간 강수량이 400㎜ 정도인 열악한 이스라엘이다. 역경 속에서 새로운 농법을 개발하고, 물이 부족하니 해수를 담수로 전환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육체를 움직이는 힘든 노동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과학과 기술이 농업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내세웠던 ‘창조경제’ 개념도 ‘혁신 창업국가’와 비슷하다. 페레스 대통령의 자서전인 ‘혁신 창업국가’는 ‘과학과 기술’을 중점 강조하고 외교와 미래를 깊이 다룬다. 필자는 페레스 대통령의 저서를 수감 중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보내드렸다. 갈등이 없는 국가는 없다.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복잡한 갈등을 해소하고 성공한 정부를 이끌었던 페레스 대통령은 여러모로 귀감이 된다. 필자의 머릿속에 오래 남는 페레스 대통령의 메시지는 ‘혁신’·‘열정’·‘미래’이다. 페레스 대통령의 메시지를 2023년 우리에게 적용해 보자.

첫째, 혁신의 바탕은 융복합이다. 이스라엘의 융복합 성공 사례로 세계 최고라는 ‘탈피오트’ 프로그램이 있다. 국방부, 경제부, 과학부, 산업부가 부서 간 벽을 허물고 완성한 특수 군대양성 프로그램이다. 뛰어난 고교 졸업생을 선발해 3년 만에 학사학위, 그 후 5년 동안 특수훈련, 컴퓨터, 통신, 사이버 전문가로 양성하는 세계 최정예부대 프로그램이다. 군대의 정보기술과 방산 기술을 활용해 특유의 ‘군·산·학’ 연계 모델이다. 탈피오트 프로그램이 이스라엘이 창업 국가로 성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우리 정치권이 군 복무 기간을 줄이거나 월급을 올려줘 환심을 사고자 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의 고질적인 부처 이기주의도 혁신적 사고로 고쳐야 한다. “38선은 무너져도 부처 간 장벽은 안 무너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에서 ‘사이버 탈피오트’나 ‘사이버 예비군’을 만들겠다고 한다. 잘하는 일이다. 혁신을 바탕으로 군의 영역에 고급기술을 융복합해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고급인력으로 양성하자.

둘째, 혁신의 근원은 연구 개발이다. 미래는 바이오, 배터리, 컴퓨터가 중심이 되는 ‘BBC시대’라고 한다. 여기에 식량위기에 대비하는 생명 공학과 푸드테크(Food-tech) 산업이 연구의 블루오션이다. 이스라엘은 연구개발을 강조했으나 지원 체제나 관련 조직은 단출하다. 총리실 소속의 작은 조직이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연구재원 등 대부분을 민간에 맡기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정부가 연구 전반을 관리하며 평가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우리 국가 연구개발 예산이 2023년에 31조 원 규모이다. 민간 투자를 포함하면 연간 100조 원 규모에 이른다. 엄청난 연구개발비가 투자되나 성과는 낮다. 인식을 전환하고 시스템을 변화시키자.

셋째, 열정적으로 일하자. 페레스 대통령은 93세로 죽기 일주일 전까지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책을 썼다고 한다. 열정은 유대인 특유의 도전과 질문을 하는 ‘후츠바’ 정신에 바탕을 둔다. 청년과 대화를 좋아하고 젊은이들에게 창의와 상상력을 갖고 창업을 하도록 격려했다. 현재는 대학 졸업생 40%가 창업에 도전해 1인당 창업 비율이 세계 1위이며, 7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활동 중인 이스라엘이다.

넷째, 글로벌 인식을 가지고 미래로 나아가자. 페레스 대통령도 프랑스, 영국 등 강대국 영향력 행사에 뚝심과 전략으로 대처했다. 강대국을 맹목적으로 믿다가 뒤통수를 맞은 경험도 있다. 사방이 적대 세력으로 둘러싸여 늘 전쟁 위협에 처해 있었으나 세계를 보는 눈을 길렀다. 줄타기 외교를 하면서도 힘의 중심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안착’에 뒀다. 2023년에 혁신적 기술 개발로 성장 엔진을 찾아 융복합하고, 새로운 창업국가를 만들자. 선지자와 같은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다시 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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