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누출’ 이천 SK하이닉스…법원 "즉시신고의무 이행했다고 봐야"

입력 2023-01-0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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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도급신고의무 미이행 경고 처분은 적법으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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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돼 당국이 경고 처분을 내렸지만 일부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SK하이닉스가 화학사고 즉시 신고의무는 위반하지 않았지만 도급 신고의무는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 부장판사)는 SK하이닉스가 한강유역환경청을 상대로 제기한 경고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21년 4월 6월 오전 11시 5분께 이천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사에게 반도체 세정 관련 장비를 납품받아 시험 운전하던 중 불산이 누출된 것이다. 이 사고로 A사 소속 직원 한 명이 2도 화상을 입었고, 또 다른 직원과 하이닉스 직원은 불산을 흡입했다. SK하이닉스 측은 주변 작업자들에게 대피하도록 한 뒤 오전 11시 34분께 담당 소방서에 관련 사고를 신고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은 같은 해 7월 SK하이닉스가 즉시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경고 처분을 내렸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은 화학사고 발생 시 '15분 이내'에 소방서 등 관계기관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SK하이닉스가 사고 발생 시점부터 15분 이상 지나 신고했다는 이유에서다. 사고 당일 시험 운전도 SK하이닉스가 A사에 도급을 한 작업인데도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며 도급신고의무 미이행으로도 경고 처분했다.

화학사고 즉시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차 경고, 2차 영업정지 15일, 3차 영업허가 취소 처분을 받는다. 도급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1·2차 경고, 3차 영업정지 5일, 4차 영업정지 1개월에 처한다.

SK하이닉스는 한강유역환경청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즉시 신고의무는 사고 발생시점이 아닌 '인지시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사고 당일 A사와 매매계약에 따른 목적물 인도 의무를 이행했을 뿐 도급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시험 운전 과정에서 유해 화학물질 투입과 취급 모두 SK하이닉스 측이 직접 수행해 A사 직원이 수행한 업무는 도급 신고의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즉시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시점은 중앙방재실에서 사고 발생을 인지한 시점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가 사고 발생 직후 담당자가 사고를 인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대응 절차를 갖췄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15분'은 즉시 신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의미"라며 "15분을 살짝 지났더라도 신고에 대한 불필요한 지연이 없었다면 즉시 신고하지 않았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는 매뉴얼에 따라 비상대응 업무를 수행했고 구호 조치 외에 별다른 지연 없이 즉각적으로 관계기관에 신고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도급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한강유역환경청이 내린 경고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 화학물질관리법 제31조는 유해 화합물 '취급'을 도급할 때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취급'이란 화학물질 제조와 수입, 운반, 공사, 보수 운영, 청소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SK하이닉스 주장처럼 매매 성질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취급'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때는 신고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유해 화학물질을 투입하는 행위만 '취급'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장비 설치·유지·관리 등 수행하는 과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유입돼 누출하는 등 화학사고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는 작업이라면 '취급'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며 "이러한 해석이 입법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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