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경제성장률 4.1% 중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2.1%포인트(p)다. 전체 경제성장률 중 수출이 절반 넘는 역할을 했단 뜻이다.
그런 수출이 올해 세계 경제 부진 등으로 4% 전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3.1%, 한국무역협회는 -4.0%, 정부는 -4.5%의 수출 감소를 전망했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올해 수출을 전년 6839억 달러 수준인 6800억 달러로 유지하겠단 목표다. 대내외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지만,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노력, 긍정적인 변수들이 있다면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우리 수출은 2년 주기로 온탕과 냉탕을 반복했다. △2013·2014년 각 2.1%, 2.3% △2015·2016년 -8.0%, -5.9% △2017·2018년 15.8%, 5.4% △2019·2020년 -10.4%, -5.5% △2021·2022년 25.7% 6.1%의 수출 증감률을 기록했다. 올해 2년 주기설이 깨질지 관심도 쏠린다.
◇업종별 수출 기상도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 13대 주력 산업의 수출 기상도는 한마디로 ‘비’로 예상된다. 자동차, 조선, 일반 기계, 철강, 정유, 석유화학, 섬유, 정보통신기기,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13대 주력 산업 수출은 전년 대비 4.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수출국의 물가상승과 통화 긴축기조 유지, 세계 경제 성장률둔화 등으로 대다수 산업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13대 주력 산업의 수출액은 지난해 5397억 달러에서 올해 5179억 달러로, 수출 비중도 77.8%에서 77.1%로 0.7%p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반도체가 -9.9%로 추락할 것으로 보이며, 올해 70%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한 정유는 -11.9%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석유화학(-14.2%), 철강(-8.4%), 가전(-4.9%) 등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3개 품목 중 9개 품목의 역성장이 예상된다. 나머지 플러스 예상 품목인 자동차(이하 전년 대비 감소p·-7.9%p), 이차전지(-2.1%p), 바이오헬스(-0.4%p) 등도 증가 폭이 전년 보다 줄어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보면 IT신산업군은 경기 위축에 다른 수요 부진과 해외 생산확대 등으로 전년 대비 5.0%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는 코로나19 팬네믹 이후 발생한 과다 수요의 감수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산업 부진 등 이유로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가전은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주요 수출대상국 수요 감소, 비용 절감을 위한 해외 공장 생산 증가 등으로 감소 폭이 커질 전망이다.
소재산업군은 단가 하락 및 수입 수요 둔화 등으로 부진해 전년 대비 11.2%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가 하락 등으로 인해 철강은 8.4%, 정유는 11.9%, 석유화학은 14.2%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기계산업군은 일반기계 감소(-2.3%)에 불구하고 자동차(2.5%), 조선 (42.4%)의 선전으로 5.7% 증가하며 자존심을 살릴 것으로 예측된다.
◇수출 전략
정부는 올해 수출 목표를 전년 6839억 달러와 비슷한 6800억 달러로 잡았다. 도전적 목표란 평가지만 수출 전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을 통해 수출 감소 폭을 최소화해 지난해처럼 역대 최대 수준의 수출을 이어가겠단 구상이다.
우선 범정부 역량을 결집한다. 무역금융, 인증, 마케팅 등 3대 수출 애로를 집중해소할 방침이다. 지난해 351조 원 규모던 무역금융은 올해 360조 원으로 늘려 환변동·고금리·지정학불안 등의 위험에서 우리 수출을 보호한다. 중기 환변동 보험료 할인율을 30%p 올리고 1.5%p 추가한 금리 우대프로그램의 기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한다. 내수기업의 수출 기업화와 수출 초보 기업 지원을 위해 수출바우처(3000만~1억 원)와 물류바우처(최대 2000만 원) 대상을 4300개사로 늘리며, 수출 초보 기업 저리융자(2.7%p)도 신설한다.
해외인증 원스톱 지원체계로써 국가기술표준원에 해외인증지원단을 설치하고, 국내기관을 통한 해외인증 획득 지원 품목도 120개에서 150개로 확대해 기업들의 인증 부담을 덜어준다.
기업들의 해외 마케팅 지원도 강화한다.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을 확대하고, 벤처 및 수출 초보 기업에 대한 수출바우처 지원을 늘린다. 특히 인증, 마케팅, 물류 등 올해 지원 예산 3분의 2인 9000억 원을 상반기 집중 투입해 수출 균열을 사전에 차단한다.
청년 무역인 양성과 디지털 무역 확대로 수출 저변을 확대한다. 교육·취업·창업을 연계하는 청년 무역인 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해 매년 청년 무역인 1500명을 양성한다. 디지털무역 종합지원센터 6곳을 신설해 콘텐츠 제작, 마케팅 등 온라인 수출의 전 주기를 밀착 지원하며, 화상상담 확대, 상품정보의 디지털화 지원 등을 통해 국민 누구든 수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신흥시장 역시 우리가 더 개척해야 할 수출 영역이다. 내년도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시장과 자원 부국에 수출하는 기업 대상 무역보험 우대, 지사화 확대 등을 집중 지원하고 시장별 맞춤 지원도 한다.
△아세안 시장은 생산기지와 거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성장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간재와 한류·할랄을 연계한 소비재 수출 지원을 △중동 시장은 탈(脫)석유, 산업화 정책에 맞춰 한-사우디 경제정상 외교 후속 조치를 철저히 이행하며, 플랜트, 인프라 진출 지원을 각각 확대한다.
중남미 시장은 신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한류 붐을 활용한 소비재 수출을 확대하고, 자원 부국과의 광물협력을 강화한다. 칠레·아르헨티나(리튬), 브라질(니켈), 멕시코(무수불산 등)과 협력을 강할 계획이다.
먼 나라 아프리카 시장에 대한 관심도 기울인다. 경제발전에 따른 IT 수요확산, 보건·식량문제에 대응해 기술지원 등으로 정부개발원조(ODA)를 고도화해 의료, 스마트 팜, ICT 진출을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