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절감, 대체 공급원 확보 등 노력 결과
평년보다 따뜻한 1월 날씨도 에너지 위기 진정에 한몫
“유럽서 앞으로 2주 동안 평년 기온 웃돌 것”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2월물 네덜란드 가스 선물 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77.02유로(약 10만4400원)에 마감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가격이 낮아진 건 각국이 에너지 절감에 나선 덕분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지난해 11월 첫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완공하고 시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촉구했다. 그 결과 지난 5년 평균 73%였던 독일의 가스 저장률은 지난주 90%까지 상승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신년 연설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한 에너지 위기는 우리에게 어려운 시험”이라면서도 “새로운 LNG 터미널은 장기적으로 러시아산 가스로부터 독일과 유럽을 독립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밖에 이탈리아는 전쟁 직후 대체 공급원인 알제리와 가스 거래를 늘리는 데 합의하고 튀르키예는 올해부터 천연가스 생산에 돌입하는 등 각국이 에너지 위기 탈출에 나서고 있다.
예년보다 온화한 겨울 날씨도 유럽이 에너지 위기를 버티는데 주효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프랑스에서 러시아 서부에 이르기까지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10~20도 이상 치솟으면서 수천 건의 기록이 깨졌다”며 “네덜란드와 폴란드 등 최소 7개국이 역사상 가장 따뜻한 1월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일기예보에 따르면 앞으로 2주 동안 유럽 대부분 지역 온도가 평년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유럽은 여전히 겨울을 나고 있는 만큼 에너지 재고를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현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주 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월 서명했던 가스 대금 결제 관련 대통령령 수정안을 발표했다.
수정안에는 해외 가스 구매국이 루블이 아닌 다른 외화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러시아는 가스 결제대금을 루블로만 받기로 하고 이를 거부한 국가들에 대한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에너지 판매 수익이 러시아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자금원인 만큼 이번 결정은 가스 판매 부진을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