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에도 코스피 지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줄줄이 오름세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손실은 커지는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투자자들의 부담도 함께 커지면서 주식시장을 떠나는 개인투자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를 대출 기간 별로 줄줄이 인상한다. NH투자증권은 4일부터 일주일 이내로 빌리는 1~7일 이자율(QV고객 계좌)을 기존 4.9%에서 5.4%로, 8~15일은 10.4%로 올린다. 신한투자증권도 오는 9일 8~15일 신용거래 이자율을 8%, 90일 이상은 10%로 적용한다.
이미 신용거래융자 인상을 마친 중소형 증권사들도 있다. 지난달 △다올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일찍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상에 나섰다. 앞서 KB증권은 올해부터 1~7일 이자율을 5.3% → 5.6%, 8~15일 이자율은 8.6% → 8.9%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달 16일과 30일에는 각각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상향 예정이다. 다음 달 1일에는 하이투자증권이 11~30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8.5%에서 9.0%, 61~90일 이자율을 9.3%에서 9.5%로 상향한다.
최근 증권사들이 속속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올려잡는 것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신용·대출 관련 금리가 함께 오른다는 것이 주된 배경이다. 작년까지 90일 이상 신용융자 금리가 10%를 넘어서는 증권사는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이 전부였으나, 연내에는 12%를 넘기는 증권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증시 변동성을 막기 위해 가동된 증시 안정화 대책이 종료되면서 투자자들의 변동성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삼성·키움·KB증권 등은 올해부터 담보비율을 다시 130% →140%로 확대한다. 담보부족이 발행해도 반대매매 기간 유예가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융자받는 금리는 3.02%였지만, 신용거래융자 금리는 5.55~8.92%로, 금리 차가 최대 5.90%포인트(P)까지 발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이 0.97~1.83%포인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6배 차이다. 증권사들이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고객에게 높은 이자를 받아 위탁매매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고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인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감소세다. 이날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6조5311억 원으로 지난달 말 17조 원대에 머무르던 것과 비교해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