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비켜가는 시스템반도체...메모리 의존하는 韓만 ‘동동’

입력 2023-01-0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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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스템반도체 전년比 4% ↑…나홀로 성장
韓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3% 그쳐…메모리 불황 직격탄
메모리 편중된 구조 탈피 필요…투자 독려해야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시스템반도체가 나 홀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구조 탓에 ‘반도체 한파’ 직격탄을 맞았다. 이를 두고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균형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5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3년 반도체산업 수출 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대비 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17% 역성장하며 한파를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구체적으로 시스템반도체 중에서도 시장 규모가 큰 품목인 로직 IC는 올해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4% 성장한 1838억 달러(약 233조6833억 원) 내외로 전망됐다. 로직 IC는 스마트폰의 두뇌를 담당하는 AP,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을 포함한다. 이외에 마이크로컴포넌트, 아날로그 IC도 각각 4.9%, 3%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출 구조에서도 시스템반도체가 약진 중이다. 그동안 한국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지난해 시스템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수출액의 38%까지 증가했다. 특히 파운드리 업황 호조와 미중갈등 등으로 2019년 257억 달러(32조 원)였던 수출액이 지난해 464억 달러(약 58조 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은 2021년 기준 3%에 그쳤다. 분야별로 로직 IC 5.7%, 아날로그 IC 1.3%, 마이크로컴포넌트 0.4% 순이다. 그중에서도 로직 IC의 점유율은 2015년 7.0%에서 2021년 5.7%로 하락 중이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은 70.5%에 달한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다량생산 방식인 탓에 경기 민감도가 커, 경기가 침체되면 수요 역시 크게 휘청인다. 반면 시스템반도체는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생산되는 방식의 특성상 경기 불황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글로벌 시장 규모 역시 시스템반도체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보다 2배 이상 크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 (연합뉴스)

세계 반도체 시장 변화가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도 이와 관련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 지나치게 편중된 구조를 탈피하고,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경기 하강 시마다 거듭되는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려면 메모리에 편중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디지털 전환에 따라 추세적 성장이 기대되는 비메모리 등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아직 유의미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71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지만,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사업 구조가 메모리 반도체에 치우친 SK하이닉스의 경우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한 비메모리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5%도 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메모리에 편중된 탓에 소비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자마자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시스템반도체는 시장이 큰 만큼 미국, 대만, 중국, 일본 등이 모두 참전 중이어서 경쟁이 훨씬 치열하다”며 “그렇다고 메모리반도체 투자를 줄일 수는 없기에 양쪽 분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하면서 시스템반도체까지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기업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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