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출시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 서비스'… 핀테크사·은행권 벌써 '잡음'

입력 2023-01-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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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중개수수료ㆍ자금이탈 등 리스크 크다는데
플랫폼사 "판매 채널 다각화 가능…입장 조율 끝냈다"
온라인 예금상품 중개 서비스, 출시 전 잡음 예상돼

올해 6월부터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금융기관의 예금상품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 다만, 은행권에서 예금중개 서비스 업체와 손을 잡을 이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와 서비스 시작 전 잡음이 예상된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4월 이후 금융감독원의 서비스 점검을 받고 6월 이후 정식 출시하는 일정에 맞춰 온라인 예금상품 비교ㆍ추천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다른 8개 핀테크 사들도 비슷한 시기에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정례회의에서 신한은행을 비롯해 뱅크샐러드, NHN페이코, 줌인터넷, 깃플, 핀크,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네이버파이낸셜, 씨비파이낸셜 등 9개 사업자를 혁신 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하고 예금상품 중개업을 영위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했다.

서비스가 출시되면 개별 은행 홈페이지에서 일일이 정보를 비교하지 않고도 하나의 앱에서 여러 금융사의 예금상품을 비교해 맞춤형 상품 선택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은행권에서 예금중개 서비스 업체와 손을 잡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플랫폼 기업과 은행이 중개 계약을 맺어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시도 전에 잡음이 예상된다.

핀테크ㆍ은행 동상이몽…"제휴 문제 없다" vs "중개수수료 등 부담만 높고 유인책 부족"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상품 제조사인 은행들이 어느 플랫폼과 손을 잡을지다. 1차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된 플랫폼이 9개나 되기 때문에 더 좋은 예금 상품을 제조하는 은행에서 어느 플랫폼과 중개 계약을 맺을지 봐야 하는 것이다.

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상품 판매 채널이 자사 채널에 더해 늘어나는 셈이기 때문에 은행들도 예ㆍ적금 상품 중개 서비스 업체와 결국 제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또 (중개 서비스) 상품의 범위가 정기예ㆍ적금으로 한정되고 서비스 출시 시기도 6월 이후로 미뤄지는 등 은행권과 핀테크 간 입장이 조율된 상태라 중개 계약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직접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나서거나 플랫폼사와 제휴해 예금상품 중개업에 나설 이유가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개수수료 부담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개 서비스로 수수료 등 비용이 발생하면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무리하게 시장에 진출할 유인책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고객들이 (상품을) 잘 알아보고 가입하기에 은행 입장에서 수수료까지 내면서 중개 플랫폼과 손을 잡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한 상황에서, 서비스가 개시되면 수신금리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점도 은행들이 중개 서비스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 상품을 중개하면 금리가 높은 특정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고,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금융사들끼리 수신금리 경쟁에 나서게 된다"며 "또 예금금리를 올리는 데 따른 비용, 중개수수료 등이 대출금리에 녹아들어 대출금리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중개 수수료 부담, 고객ㆍ자금 이탈, 금융당국의 압박 등 손해를 굳이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은행들 역시 장기적으로는 예금상품 중개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사간의 업무제휴인 '방카슈랑스' 등 유사 상품판매 경험을 비춰볼 때 향후 예적금, 대출 중개 시장에 대한 은행권의 진출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내부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도 "중개 서비스를 통해 파생되는 효과가 있는지 보고 전략적인 판단 아래 서비스 시행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은행사 중 유일하게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돼 예금상품 중개 서비스 출시를 앞둔 신한은행은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서비스에 나섰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 '머니버스'를 통해 금융 상품을 검색하고 최적 상품을 비교ㆍ추천하는 '데이터픽(DataPick)'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 측은 "기존 데이터픽 서비스는 타사 상품 추천은 가능했지만, 고객이 타사 상품 가입을 원하는 경우, 해당 금융사 앱을 다운 받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6월 이후부터는 신한은행 앱에서 바로 타사 상품 가입이 가능하게 된다"고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금융 상품 수요가 가속화하면서, 금융상품 직접 판매 기업과 중개 판매 기업으로 채널이 양분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지 않은 보험 업권이나 중소형 금융사 등은 중개 플랫폼을 주요한 고객 접점으로 활용하게 되겠지만, 주요 은행 등은 채널 다각화 수단으로 플랫폼들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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