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낮춰라”…‘친근함’에 진심인 증권가 캐릭터 연대기

입력 2023-01-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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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마스코트의 시조 ‘정도맨’부터 막내 ‘머든’까지

빙그레의 B급 감성 캐릭터 ‘빙그레우스’, 진로이즈백의 마스코트 ‘두꺼비’, EBS를 상징하는 ‘펭수’, 심지어는 충북 충주시의 대표 캐릭터 ‘충주씨’까지.

기업과 지자체 등의 캐릭터 경쟁이 한창이다. 창의적인 세계관과 친숙하고 귀여운 캐릭터 특유의 외모로 소비자와 시민들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이러한 캐릭터의 역사는 마케팅마저 다소 무거울 것만 같던 증권사에도 존재한다. 더 친근한 자본시장 환경을 조성하려는 증권사들이 유통업계 못지않게 꾸준히 자체 마스코트를 내놓은 것이다.

‘반전매력’ 증권가 캐릭터의 과거

▲교보증권의 ‘정도맨’. (교보증권)
▲교보증권의 ‘정도맨’. (교보증권)

증권가 캐릭터 연대기의 시조(始祖)는 교보증권의 ‘정도맨’이다. 2006년 출시된 정도맨은 교보증권이 윤리경영 실천을 위해 자체 개발한 캐릭터로, 나침반을 형상화했다.

정도맨이 증권사 임직원들과 친숙했다면 2007년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전신)이 내놓은 문어 캐릭터 ‘옥토’(Octo)는 소비자와 한층 더 가까워졌다.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전신)의 마스코트 ‘옥토’.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전신))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전신)의 마스코트 ‘옥토’.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 전신))

옥토는 약 9년간 우리투자증권의 자산관리 서비스와 금융상품을 상징하는 캐릭터로 활동하며 여의도의 ‘귀염둥이’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다리가 8개인 옥토처럼 기능이 여러 개인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해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냈다.

이후 2016년 유안타증권의 ‘닥터티레이더’, 2017년 KB증권의 ‘올라맨’(Olla Man)을 거쳐 2018년에는 IBK투자증권이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백동이’와 ‘챔챔이’를 내놓았다.

▲IBK투자증권의 마스코트 ‘백동이’와 ‘챔챔이’. (IBK투자증권)
▲IBK투자증권의 마스코트 ‘백동이’와 ‘챔챔이’. (IBK투자증권)

백동이는 강세장(bull market)을 상징하는 황소를 모티브로 했고, 챔챔이는 힘찬 날개짓으로 고객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새를 캐릭터화했다. IBK투자증권은 두 캐릭터를 통해 홍보 영상과 이모티콘 등을 제작해 배포하며 고객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이에 2019년에는 ‘백동이와 챔챔이’ 카카오톡 무료 이모티콘이 소비자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젊은 고객 잡아라”…증시 호황기로 캐릭터 마케팅 ‘활기’

증시 호황기였던 2021년으로 넘어오면서 증권가의 캐릭터 마케팅은 더욱 치열해졌다. 강세장에 힘입어 젊은 층이 주식시장으로 많이 유입되자,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일명 ‘이색 마케팅’이 활성화해서다.

2021년 한 해에만 한국투자증권의 ‘한국이’, 삼성증권의 ‘다비다’(Dabida), 현대차증권의 ‘레오’(Leo)가 등장했다. 특히 삼성증권은 다비다를 활용해 유튜브에서 직장생활과 관련한 시트콤 영상을 공개해 MZ세대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다.

▲한양증권의 마스코트 ‘머든’. (한양증권)
▲한양증권의 마스코트 ‘머든’. (한양증권)

증권가 캐릭터 시장의 ‘막내’는 한양증권의 마스코트 ‘머든’이다. 모(母) 재단인 한양대학교를 상징하는 동물 사자를 귀엽게 형상화했다.

머든이란 이름은 ‘뭐든지 잘하고 열심히 한다’는 뜻과 ‘세련된(Modern) 캐릭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젊은 층에 인기 있는 ‘세계관 마케팅’처럼 한양증권 또한 ‘머든 유니버스’를 통해 회사의 비전과 핵심가치, 성장 방향 등을 투영할 계획이다.

증권사 캐릭터, 대다수는 추억 속으로

한편 현재 증권가 캐릭터 대다수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상황이다. 옥토는 우리투자즈원이 NH투자증권과 통합하면서 사라졌고, 무료 이모티콘 등으로 ‘반짝’ 인기를 끌던 백동이와 챔챔이도 자취를 감췄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만한 캐릭터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업계 특성상 젊고 독창적인 마케팅이 낯선 것은 사실”이라면서 “고객들이 보기에 트렌디하면서도 개별 증권사의 특성을 한눈에 드러낼 만한 마스코트라면 꾸준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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