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 급한 불 껐나…속도 조절 나선 보험사

입력 2023-01-08 12:03 수정 2023-01-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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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채권 순매수로 전환
저축보험 공시이율 하향 조정하기도

지난해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 만기 도래에 따른 자금 이탈 우려로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걸었던 보험사들이 채권을 다시 사들이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이달 들어서는 저축보험 공시이율을 되레 하향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다시 힘쓰는 모습이다.

8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채권을 1조546억 원 순매수했다. 보험업계의 채권 투자가 순매수로 돌아선 건 넉 달 만이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각각 6317억 원과 2조2319억 원, 3조5534억 원의 채권을 매도한 바 있다.

넉 달간 채권을 매도해 곳간에 현금이 채워진 데다, 최근 일시납 저축보험 상품 판매를 확대하면서 한시름 놓게 되자 다시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로 자금 흐름이 안정화된 덕분도 있다. 당국은 올해 3월 말까지 퇴직연금 차입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냈다. 기존 10%로 제한된 퇴직연금 차입 한도가 풀리면 별도 계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일반계정으로 가져올 수 있는 등 현금 확보에 유리하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도 허용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채권 매도를 할 만큼 해서 유동성에 여유가 생겼고, 고금리 저축성보험 일시납 상품을 많이 판매해 어느 정도 현금 확보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축보험 판매도 숨 고르기에 진입한 모양새다. 교보생명은 이달 저축보험 공시이율을 2.90%로 전월보다 0.10%포인트(p) 인하했다. DGB생명도 올해 1월 연금·저축보험 공시이율을 전달 대비 0.08%포인트 낮췄으며, 처브라이프생명도 저축보험 공시이율을 2.91%로 정해 전월 대비 0.25% 인하했다.

연초에 연금저축보험 판매 마케팅을 강화하던 기존과 다른 모습이다. 보험사들은 통상 연초에 저축성보험 수요가 높아지는 것을 대비해 마케팅적인 이유로 공시이율을 높인다. 지난해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를 잡기 위해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통 연초에는 '13월의 월급'을 위한 세제 혜택 상품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생보사의 공시이율 인하는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보험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2023년 보험산업 경영환경과 과제'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금융시장 불안에 의해 부각된 유동성 리스크를 보험산업이 줄이기 위해서는 비유동성이 높은 보장성 상품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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