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삼성전자, 투자축소 놓고 증권가와 ‘동상이몽’

입력 2023-01-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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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4분기 실적부진이 투자축소·감산 높일 것”
한종희 부회장 “투자 축소 없어…계획대로 진행”
반도체 업황 악화 전망 중론…실적발표 컨콜서 삼성 ‘입’에 주목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4분기 어닝쇼크(실적 쇼크)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올해 시설투자를 놓고 삼성전자와 증권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투자 축소가 없다”라고 공언하는 반면, 증권가는 “투자 축소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을 일제히 내놓고 있다. 실적 악화에 따른 투자 축소 → 공급 조절 → 업황 개선 → 주가 회복으로 이어지는 증권가의 시나리오가 삼성전자의 계획과 엇박자를 내는 것이다.

9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6만700원에 마감하며, ‘6만 전자’로 복귀했다. 지난해 12월 14일(종가 6만500원) 이후 처음이다. 4분기 실적 쇼크가 삼성의 투자 축소와 감산의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는 올해 들어 9.76% 상승했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5000억 원 이상 사들이며 주가를 견인했다.

메모리 “투자 축소” vs “계획대로”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4조3000억 원으로 잠정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대로 가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는 올해 연간 적자까지도 갈 수 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부문에서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0년대를 제외하면 2001년과 2008년밖에 없다. 증권사들은 역대급 실적 충격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감산 추세에 동참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제고 일수는 이제 10주 후반에 근접하고 있을 것이다. 90년대나 볼 수 있었던 재고다”라며 “4분기 적자도 하반기 물량을 밀어내가며 가격이 하락하면 보전해주기로 했던 비용이 반영됐을 것이고, 생산을 줄이지 않으면 악순환은 지속된다”라고 진단했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금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라고 분석했고,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부진이 삼성전자 반도체의 투자축소와 생산라인 재배치를 통한 간접적인 감산 가능성을 한층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를 49조 원으로 하향조정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1분기 DS 부문의 영업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만큼, 지난해 투자했던 P3 장비의 양산 시점 지연과 신규 장비 투자 지연, 기존 P1과 P2 공장의 가동률 조정 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에도 투자 축소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간담회에서 올해 투자 축소 계획은 없다.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한 적도 없고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라며 “디바이스경험(DX) 부문뿐 아니라 반도체(DS) 부문도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증권가의 이목은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로 쏠린다. 삼성전자가 설비투자 축소와 메모리 감산 동참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설비투자 조정과 감산 결정시 업황 저점 시그널이 되지만, 기존 계획을 유지한다면 업황 턴어라운드 시점은 2024년 이후로 순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주는 ‘고진감래株’?…바닥 찍고 반등 vs 단기적 반등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감산 계획이 확인될 때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여전히 반도체 업황 악화 전망이 중론을 차지해서다. 전통적으로 반도체주는 오랜 기간 투자 후에 과실을 거두는 대표적인 ‘고진감래(苦盡甘來)’ 주식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도 스태그플레이션이 엄습한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반도체 업종) 수요 둔화 전망에는 닷컴버블과 같은 기업들의 연쇄적인 이탈과 연이은 하드웨어 투자 필요성의 급감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본다”며 “이들 기업의 이익 악화 속도와 강도를 관찰하면서 데이터센터 내 서버 디램(DRAM) 수요 등을 꾸준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금은 과거 업황 저점에 비해 재고 레벨이 심각할 정도로 부담스럽다”며 “적극적인 감산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과거의 일반적인 V자 반등보다는 U자형 패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개인 투자자는 반도체주에 베팅한 외국인과 달리 반도체 업황 부진을 예견하는 분위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2X’ 상장지수펀드(ETF)가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3위를 기록했다. 해당 ETF는 반도체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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