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개혁 논의 원점…기업 vs. 회계법인 이견에 신외감법 개선 재검토

입력 2023-01-09 15:45 수정 2023-01-0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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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개혁 제도 개선방안’ 연구용역 공청회, 당초 1월 중순→2월로 연기
주기적 지정제, 자유선임기간 확대 가능성에 회계업계 반발 커져 재논의
표준감사시간제도·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도 논의 대상

정부가 추진 중인 회계 개혁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신(新)외부감사법(이하 신외감법)을 두고 기업과 회계법인 간 견해차가 커지면서 조율 과정이 길어지면서다. 특히 주기적 지정제도와 관련해 자유선임기간이 지금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회계업계 반발이 거셌다.

9일 본지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코스닥협회·한국공인회계사회를 통해 한국회계학회와 ‘회계 개혁 제도 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신외감법이 도입되면서 시행된 주기적 지정제도, 표준감사시간제도,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주기적 지정제는 6년 연속으로 회사가 원하는 감사인을 선임할 경우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감사인을 선임하는 제도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의 규모와 업종 등에 따라 감사인이 투입해야 하는 적정 감사시간을 규정한 것이며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 내부에 마련한 회계통제시스템을 말한다.

기업들은 신외감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후 회계 부담이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상장협에 따르면 신외감법 시행 전인 2017년 상장사의 평균 감사보수는 1억2500만 원이었으나, 시행 4년 차인 2021년 이 비용은 2억8300만 원을 기록했다. 4년 만에 2배 이상 뛴 것이다. 표준감사시간제가 법정 시간 또는 하한 시간으로 해석돼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주기적 지정제는 감사인의 업무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감소시킨다는 부작용이 있었으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감 의무화는 기업의 업무량은 늘리는 것으로 연결됐다.

당초 한국회계학회의 연구 일정은 △지난해 10~11월 신외감법 관련 국내·외 선행연구 검토 및 이해관계자 의견 청취 △지난해 11~12월 회계 개혁 제도 시행이 회계 투명성과 감사 품질에 미친 영향 분석 △지난해 12월~올해 1월 제도별 개선 방안 도출 △1월 중순 공청회 발표 △1월 말 최종보고서 전달 순이었다.

그러나 공청회 발표 시기를 다음 달로 늦췄다. 작년 말 금융당국이 주기적 지정제도를 기존 ‘6+3(자유선임기간 6년+지정선임기간 3년)’에서 ‘9+3’으로 변경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회계업계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자유선임기간 내에는 통상적으로 기업과 회계법인 간 계약이 유지되는 것으로 본다. 다시 말해, 자유선임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특정 기업과 회계법인 간 고착화된 관계가 이어져 다른 회계법인들의 수임 기회가 없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중소형 회계업계의 반대 여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자유선임제 기간이 길어지면 대형 회계법인으로 수임이 쏠릴 수 있다는 이유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회계법인 중에서도 감사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자유선임제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반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용역으로 금융당국은 감사인을 지정받는 상장기업의 비율을 줄이기 위해 ‘9+3’ 외에도 여러 안을 검토 중이었다. 2021년 전체 상장사 중 감사인을 지정받은 기업의 비율은 54%(1256사)를 기록하면서다. 상장회사의 절반 이상이 감사인을 지정받을 경우 회계법인 간 감사 품질 경쟁을 저하하고, 현행 감사인-기업 매치 방식이 기업의 중요성과 회계법인의 역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당국은 지정선임기간(3년)을 줄이는 안, 직권 지정을 축소하는 안 등을 살펴왔으나 회계업계가 가장 싫어하는 자유선임기간을 늘리는 안(9+3)이 유력한 것처럼 유출된 것이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9+3’을 논의하긴 했으나 (정부가) 미는 안은 아니었다”며 “(유력한 안은) 따로 있었는데 협상의 판이 깨지면서 제로베이스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청회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발표될 예정이었던 신외감법의 개정은 요원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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