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슬램덩크’ 극장판에 한·일 아재들이 환호하는 이유 [이슈크래커]

입력 2023-01-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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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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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 뒤 지금까지 큰 사랑을 받는 만화 ‘슬램덩크’가 영화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에서는 개봉 첫 주 ‘아바타:물의길’까지 밀어내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한국에서도 42만 명을 끌어모으며 ‘영웅’ 뒤를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극장가 풍경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30~50세대가 많다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돌아온 슬램덩크, 1위 직행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새해 개봉한 영화 ‘스위치’와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 등을 제치고 주말까지 누적 관객 수 42만 명을 동원하며 압도적인 스코어로 동시기 개봉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습니다.

슬램덩크는 1990~1996년 일본 만화 잡지 주간 소년챔프에 연재된 인기 만화로, 누적 발행 부수만 1억2600만 부를 넘긴 대작입니다. 한국에서는 1992년 12월 만화 출판사 대원 C.I.를 통해 번역본이 출판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마지막 31권(1996년 10월 발매)을 포함한 총 판매량은 1450만 부 이상이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1998년 6월부터 1999년 3월까지 SBS에서 방영된 TV 애니메이션 버전의 인기도 엄청났는데요. 슬램덩크는 1990년대 국내 농구 붐을 일으킨 주역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한국 프로농구리그 탄생 이유 중 하나가 ‘슬램덩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만화가 연재될 당시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이라 일본식 이름과 지명을 쓸 수 없었는데요.

등장인물의 이름과 학교, 지명 모두 한국식으로 바꿨습니다. 주인공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쇼호쿠 고등학교에서 한자음을 그대로 딴 ‘북산 고등학교’로 말이죠. 유니폼엔 분명히 영어로 ‘쇼호쿠’라 적혀있었음에도, 그저 우리는 ‘북산고 농구팀’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등장인물 이름 또한 강백호, 서태웅, 채치수, 정대만, 송태섭 등으로 바꿨는데요. 이후 문호가 개방된 후에도 국내에선 일본식 이름이 아닌 한국식 이름으로 불리고 있죠.

▲(사진제공=NEW)
▲(사진제공=NEW)

30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강백호와 채치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 애니메이션의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는데요. 원작 팬들은 영화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여러 ‘바람’들을 쏟아냈습니다.

가장 큰 바람은 꼭 실사판 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으로 나와 달라는 거였는데요. 1990년대 만화책으로 보던 추억 그대로를 남기고 싶다는 이야기였죠. 기억 속 그 모습이 아닌 이상 돌아온 그들을 맘껏 응원해 줄 수 없을 것 같다며 “환상을 깨지 말아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또 슬램덩크의 최고 명장면으로 꼽히는 ‘북산고 대 산왕공고 경기’를 만들어 달라는 의견도 나왔는데요. 만화 연재가 끝나기 전 TV 애니메이션이 먼저 끝난 탓에 이 경기를 포함해 만화의 결말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바람을 어떻게 알았는지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애니메이션으로 그 유명한 산왕전을 품고 선물처럼 나타났는데요. 원작의 2D 그림에 3D CG 파스텔톤 애니메이션이 묘하게 결합한 이질감 없는 3D 애니메이션으로 말이죠.

영화 초반, 북산고 5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모습을 차례로 그린 스케치에서 이미 소름이 돋아버렸는데요. 원작의 서사와 캐릭터를 그대로 두고 제작된 이번 영화는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일본명 미야기 료타)을 메인으로 내세웠습니다. 북산고의 포인트 가드인 송태섭의 서사를 전했죠. 아버지와 큰 형의 죽음 이후 주변의 여러 비교 섞인 말과 키가 작은 단점을 극복하고 북산고의 주요선수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북산고 대 산왕공고의 피 말리는 승부 중간중간 공개된 송태섭의 스토리는 마음을 울렸는데요. 이 뜨거운 경기와 가슴 찡한 스토리에 “눈물이 날 뻔했다. 아니 울었다”는 소감이 연이었습니다.

특히 “왼손은 거들 뿐”, “나에겐 지금이 영광의 시대”, “농구 좋아하세요?” 등 슬램덩크의 유명한 대사의 출처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직접 그 대사를 목도한 순간은 짜릿 그 자체였죠.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자막과 더빙 버전으로 개봉했는데요. 자막과 더빙 모두 지명과 인명 한국판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들리는 일본어 원어는 미야기 료타였지만, 자막에서는 송태섭이라고 적혔죠. 그 당시 향수를 해치지 않은 배려심 있는 자막이었습니다.

▲(사진제공=NEW)
▲(사진제공=NEW)

열광하는 30~50대, N차 관람은 필수

90년대 당시 ‘슬램덩크’에 열광했던 세대들은 어느덧 30~50대의 나이가 되었는데요. 영화관에는 그 당시 유년기를 보낸 남성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다고 하죠. 과거 그 뭉클함을 다시 느끼게 해준 감사함에 N차 관람은 당연한 순서가 됐습니다.

‘아빠와 함께 보는 영화’라는 평까지 받았는데요. 아빠가 영화 예매 후 이렇게 들떠 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는 자식들의 훈훈한 리뷰가 눈길을 끌었죠. 영화가 마친 후에는 아빠도 아들도 모두 ‘슬램덩크 팬’이 되어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한국 성우들의 무대인사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었죠. 8일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한국 성우들의 스페셜 무대인사가 전석 매진되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속에 진행됐는데요. 원작을 즐겨본 30·40세대를 필두로 10·20세대와 가족 단위 관객도 영화관을 가득 메웠습니다.

개봉을 기념해 나온 만화 ‘슬램덩크 챔프’ 또한 덩달아 인기 급상승 중인데요. 이 특별판은 ‘슬램덩크’를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원작 만화 전체 276화에서 이야기의 베이스가 되는 24화를 엄선해 수록했습니다. 해당 특별판은 새해 첫날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죠.

뭉클한 기억을 뜨거운 만남으로 바꿔준 ‘더 퍼스트 슬램덩크’. 천재 강백호, 고릴라 주장 채치수, 슈퍼 루키 서태웅, 올라운더 정대만, 이번 영화의 주인공 송태섭. 변함없이 있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어지는데요. 오늘 다시 영화관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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